어릴적 소년지에 실렸던 만평이 불현듯 떠올랐다. 제2공항에 대한 논란이 다시 불거지기 시작하면서다. 화백은 2000년이 되면 휴대전화를 들고 다니며, 자가용이 보편화되고, 우주선을 이용해 우주여행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시간이 흘러 상상은 대부분 현실이 됐다.
공항에 관한 한 정부의 예측은 공허하게 들린다. 적자가 쌓이면서 애물단지로 전락한 대부분 지방공항들이 그 방증이다. 전국 14개 지방공항 중 김포·제주·대구·김해를 제외한 10곳은 적자에 허덕인다. 2019년엔 여수(-144억), 양양(-142억), 포항(-129억), 울산(-125억), 무안(-119억), 청주(-66억), 사천(-57억), 광주(-51억), 원주(-34억), 군산(-33억) 공항이 적자를 봤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국내·외 여행객이 급감한 지난 2020년에는 적자폭이 더 커졌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쯤이면 말 그대로 '돈먹는 하마'다. 그나마 김포(944억), 제주(155억), 대구(151억), 김해(140억) 공항만이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적잖은 지방공항들이 정치적 필요성에 의해 지어졌다. 선거를 치를 때마다 공항이 하나씩 생겨났다. 청주·양양·무안·울진 공항이 그랬다. 필요성은 고사하고 수요예측조차 뒷전이었다. 그 결과가 적자의 고착화다. 이들 공항의 최근 5년간 누적 적자만해도 3800억원에 이른다. 와중에 예천공항은 문을 닫았고, 울진공항은 항공대 비행훈련원으로 바뀌었다. 예천공항은 현재 군공항으로 사용되고 있다. 김제공항은 공기 도중 공사가 중단됐다. 정부가 책임진다지만 뒷감당은 오롯이 세금을 내는 국민들의 몫이다.
제2공항 건설을 놓고 말들이 많다. 제주자치도는 얼마 전 '제2공항 정상 추진'을 촉구하는 내용의 의견을 국토교통부에 제출했다. 원희룡 지사는 이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여론조사 결과를 분석한 뒤 전문가 자문을 얻어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제2공항이 무산되면 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며 "대안으로 제시되는 제주공항 확충은 고려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도민사회 갈등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제2공항 건설 반대단체들은 "현 제주공항을 활용하면 미래 항공수요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음에도 불구 사업 강행에 앞장서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원지사의 퇴진까지 촉구하고 있다. 반면 찬성단체들은 "제2공항은 지역경제 발전 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핵심 인프라"라며 "제2공항에 대한 접근성 확보와 환경관리 역량 제고 등 대책 마련과 함께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몇년 전 여행길에 들렀던 양양공항은 을씨년스러울 정도로 한산했다. 많아야 하루 2~3편의 여객기가 오갔다. 2019년 이용객도 5만4000여명에 그친다. 하루 147명이 이용한 셈이다. 공항 내 편의시설은 기념품점 한 두 곳을 제외하면 대부분 문을 닫은 상태였다. 시내로 나갈 택시가 없어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정치적 셈법으로 결정한 결과다. 철저한 수요예측과 객관적인 검증 없이는 제2공항의 미래도 우려스럽기는 매한가지다. 더욱이 몇년 전부터 인구추이나 관광정책 기조 등 변화도 생겨났다. 철저한 수요예측·검증이 필요한 이유다. <현영종 편집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