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영종의 백록담] 다시는 이런 아픔이 없기를…

[현영종의 백록담] 다시는 이런 아픔이 없기를…
  • 입력 : 2021. 05.03(월) 00:00
  • 현영종 기자 yjhyeo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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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년 전 제주시 동부지역 우회도로에서 신혼부부 두 쌍이 참변을 당했다. 일출을 보기 위해 성산으로 향하던 와중이었다. 갈래길에서 표지석을 들이받은 렌터카는 형체를 알아 볼 수 없을 정도로 파손됐고, 함께 탔던 신혼부부 두 쌍 중 운전자만 겨우 목숨을 부지했다. 초행길을 과속으로 달리다 생긴 사고로 추정됐다.

몇년 전엔 5·16도로를 이용해 서귀포로 향하던 일가족 관광객 중 4명이 교통사고로 숨졌다. 숲터널 인근 내리막 길을 과속으로 운행하던 중 빚어진 사고였다. 렌터카가 도로 옆 절삭면 암석을 들이받으면서 피해가 커졌다.

얼마 전 제주대학교 입구 네거리에서 교통사고로 3명이 숨졌다. 버스 승객 등 50여명은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4.5t 트럭이 앞서 가던 소형 트럭과 버스 2대를 잇따라 추돌하면서 빚어진 참사였다. '베이퍼 록(Vapor Lock)'의 전 단계인 '페이드(Fade;브레이크 라이닝이 뜨거워져서 제동력이 떨어지는 현상)'로 인한 사고로 추정되고 있다.

사고 직후 14년 전 고사한 소나무가 기억 속에서 소환됐다. 2007년 여름까지 제주대학교 입구 네거리에는 수령이 100년을 훌쩍 넘겼을 것으로 추정되는 아름드리 소나무가 서 있었다. 하지만 도로 확장사업이 추진되는 와중에 고사했다. 누군가 소나무 밑둥에 구멍을 뚫어 농약을 투입한 때문이었다. 소나무가 고사하면서 회전교차로는 직선으로 교차하는 네거리로 바뀌었다. 농약을 투입한 범인은 끝내 밝혀내지 못했다.

당시에도 소나무의 존치·이전을 놓고 여론이 비등했다. 한 쪽은 소나무를 가운데 놓고 회전교차로를 만들면 교통흐름에 지장이 없을 뿐더러 안전하다고 주장했다. 반대측은 소나무를 이전하면 교통흐름이 원활해져 시간·경제적으로 이득이라고 맞섰다. 소나무가 고사하면서 여론전은 흐지부지 끝났다.

제주에선 한 해 동안 60여명이 각종 교통사고로 세상과 등진다.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교통사고 사망자는 100명을 훨씬 웃돌았다. 지속적인 지도·단속과 함께 교통안전시설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 덕분이다. 대부분 도로에는 과속 단속 장비가 촘촘히 설치돼 있어 과속은 엄두도 못 낼 정도다. 사고가 잦은 구간에는 안전시설이 보강됐다.

미국에서는 갈래길 마다 커다란 원통 물주머니를 놓아 둔다. 도로 측면에는 가드레일이 설치돼 있다. 교통사고에 따른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다. 드럼통 모양의 물주머니는 충돌 차량의 충격을 흡수해 피해를 줄여준다. 가드레일 또한 충격을 흡수해 사망률을 크게 낮춰준다.

알마 전 행정안전부가 회전교차로 설치·개선에 대한 효과를 분석한 결과를 내놨다. 교통사고 분석이 가능한 회전교차로 476곳을 중심으로 설치 전 3년 평균 데이터와 설치 후 1년 데이터를 비교 분석한 결과다. 분석 결과 교통사고 건수는 24.7%, 사상자 수는 33.1%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사망자는 76%, 중상자는 40%가 감소해 안전에 훨씬 효과적임이 입증됐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사고를 계기로 제주대학교 입구 교차로 개선 사업을 추진한다고 한다. 관계 기관과 합동으로 교통사고 원인도 분석하고 있다. 뒤늦은 감이 없잖지만 이 참에 외양간은 확실히 고쳐야 한다. 더불어 교차로 등 교통사고가 잦은 구간을 중심으로 교통안전시설물을 확대 배치할 것을 요청한다. 불시에 가족을 잃는 아픔은 다시는 없어야 한다. <현영종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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