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당시 김현미 국토부장관은 국회에서 문재인 정부들어 서울 집값이 11%(아파트값은 14%) 올랐다고 발언해 야당으로부터 "어느 나라 장관이냐"는 소리를 들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서울에 그 정도 오른 집은 없다. 문재인 정부 3년간 아파트값이 52% 올랐다"고 비판했다.
당시 김 장관이 11% 인상의 근거로 든 것은 정부 승인 공식통계인 한국부동산원(옛 한국감정원)이 매주·매달 조사해 발표하는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다. 부동산 관련 통계는 한국감정원 외에도 KB국민은행의 KB주택시장동향조사, 부동산114 등 여러 곳에서 발표하고 있다. 이들 통계마다 조사방식과 표본 규모에서 차이를 보이는데, 한국부동산원의 표본이 적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국회에서 제기되자 올해 조사 표본가구를 늘린다는 발표도 있었다.
통계는 민간에서도 적잖이 생산되고 인용되기도 하는데, 국가 통계기관인 통계청이 내놓은 숫자라면 높은 신뢰도를 담보하는 것으로 여기게 된다. 하지만 얼마전 동시에 발표된 통계청의 자료엔 물음표가 따라왔다.
바로 올해산 제주 마늘과 양파 재배면적이었다. 농가와 계약재배한 지역농협의 마늘수매가 결정을 얼마 앞두고 통계청은 올해 제주산 마늘 재배면적이 1306㏊로, 작년(2122㏊)보다 38.5% 감소했다고 밝혔다. 읍면에서 조사하는 농가별 재배의향 조사·재배면적신고와 함께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의 실측조사를 참고한 제주도는 올해산 재배면적을 1795㏊(잎마늘 195㏊ 포함)로 평년과 전년 대비 각각 15.0%, 7.6% 감소할 것으로 집계했다. 양파는 제주도가 작년 586㏊에서 올해 642㏊로 증가를 예상한 반면 통계청은 955㏊에서 880㏊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제주도와 통계청의 면적 차이는 모든 채소류가 마찬가지였다. 월동무는 제주도가 2018년 5232㏊, 2019년 4978㏊로 밝혔는데 통계청은 각각 7564㏊, 5881㏊로 집계해 많게는 2000㏊ 이상 차이를 보였다. 당근도 2019년 제주도는 1067㏊, 통계청은 720㏊로 집계했다.
통계청이 표본조사하면서 품목별로 주산지와 비주산지가 뚜렷한 지역별로 가중치를 따로 두지 않는 집계방식에서 오는 편차에 납득이 안간다는 게 농민들 입장이다. 올해 통계청 발표 후 양파의무자조금단체에서 신뢰할 수 없다며 문제를 제기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처럼 편차가 심각한 채소류 통계에 제주도는 드론을 20~30m 높이의 낮은 고도로 띄워 촬영한 장소의 채소류 품목과 면적을 인식토록 하는 기반을 구축중으로, 내년부터 드론으로 보다 정확한 재배면적 조사를 계획하고 있다.
통계청이 국내 표본가구를 대상으로 각종 통계조사를 할 때마다 얘기하는 조사 목적은 '각종 정책 수립과 연구·분석의 기초자료로 활용'이다. 곧 통계청의 통계자료를 토대로 관련 정책이 만들어지고, 유통시장에 커다란 메시지를 던진다는 점에서 국가 통계품질의 중요성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통계청이 현장에서 믿을 수 있는 통계자료를 내놓을 수 없다면 농업 품목별 수급정책을 총괄하는 농림축산식품부가 농업통계를 이관받거나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실측조사를 더 보강해야 한다는 현장의 목소리에 주무부처는 귀기울여야 한다. <문미숙 부국장 겸 경제산업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