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 체류일수·지출 비용·만족도 하락세
관광수입 면세점 편중 도민 낙수효과 미미
송객수수료 규제 외치면서 지급 관행 묵인
▶질적 관광 어디까지=원희룡 제주지사는 재임 기간 내내 제주 관광산업의 질적 성장을 강조했다. 제주 관광산업이 방문객 수에 목을 맨 양적 성장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의 질적 성장으로 전환해야 도민과 공존하는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제주관광산업이 그동안 얼마나 질적으로 성장했는지를 판단하려면 5개 지표의 변화 양상을 보면 된다. 제주도는 지난 2016년부터 ▷1인당 평균지출 비용 ▷체류일수 ▷관광객 만족도 ▷여행 행태 ▷마케팅 다변화 지수(정성 평가) 등 5가지를 제주 관광산업 질적 성장 지표로 선정해 해마다 조사하고 있다. 조사는 제주관광공사가 한다.
이 지표로만 보면 질적 관광 성적표는 기대 이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내국인 관광객 1인당 평균지출 비용은 2016년부터 3년 연속 줄다 지난해 증가세로 돌아섰지만 4년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10만원 가까이 적었다. 내국인 관광객 체류 일수 역시 2016년부터 3년 연속 내리막길을 걷다 지난해에야 증가세로 돌아섰다. 관광객 만족도는 5점 척도로 바뀐 2018년부터 3년 연속 하락했다.
지난해의 반짝 성장도 후한 점수를 주기 힘들다. 성장 요인이 코로나19로 인해 해외여행을 하지 못한 내국인들이 제주도로 대체 여행을 즐기는 등 외부 요인에 기인한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그나마 2회 이상 제주를 찾는 비중이 늘고 매년 90%를 웃도는 방문객이 개별관광객으로 나타나는 등 여행 형태 지표가 개선된 것은 위안거리다.
고선영 제주관광공사 연구조사센터장은 질적 성장 지표 중 1인당 지출 비용과 체류 일수가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 데 대해 "제주 여행 패턴이 오래 머무는 관광에서 자주 찾는 관광으로 바뀌면서 지표 상으로는 감소한 것"이라며 마냥 부정적으로만 바라볼 일은 아니라는 입장을 내비쳤다.
제주특별자치도청 전경.
전문가들은 5개 지표만으로는 제주관광의 질적 성장 정도를 정확히 측정하기 힘들다고 했다. 무엇보다 질적 관광은 도민이 낙수효과를 골고루 누릴 수 있을 때 가능하지만, 제주 관광수입이 특정 업종에 편중되는 문제가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제주관광 조수입 중 면세점 매출은 무려 40%를 차지하고 있다.
문성종 제주한라대학교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관광 수입이 도민에게 골고루 돌아가려면 관광객들이 특정 지역만 가는 것이 아니라 제주 곳곳을 갈 수 있도록 마을 관광 상품을 활성화해야 한다"며 "그런데 현재 어촌 관광 정책은 해양수산국, 농촌 관광 정책은 농축산식품국이 각각 맡는 등 컨트롤타워가 없다보니 마을 관광이 겉돌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발짝도 못 뗀 송객수수료=제주 관광의 병폐를 도려내는 것도 원 도정이 맡은 숙제였다. 원희룡 지사는 제주관광의 대표적인 병폐로 송객수수료를 지목했다. 송객수수료는 저가 관광의 원인으로 꼽힌다. 여행사는 보다 많은 관광객을 모객하려 원가보다 저렴한 초저가 여행상품을 내놓고 그 손실을 메우려 면세점, 기념품점 등에 관광객을 데려가 송객수수료를 받아왔다. 송객수수료로 이익을 보는 구조이다보니 관광 일정 대부분이 무료 관광지로 채워지고 쇼핑을 강요하는 병폐가 이어졌다. 여기에 면세점, 쇼핑센터의 치열한 손님 유치 경쟁이 또 다시 과도한 송객수수료 지급 경쟁으로 확산했다.
때문에 원 지사는 송객수수료 문제를 손보겠다고 누누이 말해왔지만 퇴임을 앞둔 현재까지 어느 것 하나 해결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도정이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다. 송객수수료를 규제하려면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국회와 정부만 바라봤을 뿐 원 도정이 선제적으로 나선 조치가 없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송객수수료를 제주 관광의 병폐로 지목한 원 도정이 도정이 관리·감독하는 제주관광공사 시내면세점의 송객 수수료 지급 문제에 대해서는 묵인해왔다는 점에서 이율배반적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문성종 교수는 "정부, 국회를 설득하려면 제주 만이라도 송객수수료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등 업계 전체의 자정 노력부터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자본주의 사회에서 송객수수료를 규제할 수 있느냐의 현실적 문제에 더해, 제주도의 선제적 노력이 없었으니 문제를 풀 수 없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