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미숙의 백록담] 고무줄 감귤관측량 이대론 안된다

[문미숙의 백록담] 고무줄 감귤관측량 이대론 안된다
  • 입력 : 2021. 12.06(월) 00:00
  • 문미숙 기자 ms@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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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산 노지감귤 가격이 모처럼 호조세다. 전국 9대 도매시장의 11월 평균 경락가격이 5㎏ 기준 7700원으로 2019년산(6200원), 2020년산(6360원)보다 1500원 가까이 높다. 감귤 수확 인건비서부터 비료값, 포장상자값까지 죄다 오른 상황에서 가격이 어느정도 받쳐줘 농가 입장에선 그나마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노지감귤 가격이 좋은 이유를 봤더니 우선은 맛이 좋아서겠지만 줄어든 생산예상량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 감귤관측조사위원회와 제주도농업기술원은 지난 9월 2차 관측조사 결과 노지감귤 생산량이 49만7000t 안팎(47만9000~51만5000t)으로 예측된다고 발표했다. 이어 11월 관측조사에서는 2차 때보다 6~8% 감소한 46만5000t으로 예상됐지만 그 결과는 발표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제주도감귤출하연합회 홈페이지의 노지감귤 출하동향엔 49만7000t이던 처리계획량을 지난달 30일 46만5000t으로 수정해 놓았다. 도농업기술원, 제주도, 감귤출하연합회, 농협 등에서만 3차 관측조사 결과를 공유하며 유통처리 계획을 변경하는 밀실행정이나 다름없는 정책을 펴고 있는 것이다.

앞서 2020년산 노지감귤도 2차 관측조사에서 52만8000t이 생산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11월 3차 조사 결과 생산량이 차이나자 공표하지 않았다. "2차 때와 차이나는 물량이 농가와 유통시장에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쯤 되면 관측조사를 통해 발표하는 감귤생산예상량의 신뢰도 문제를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올해 관측조사는 제주도농업기술원이 320개소 과수원(제주시 91개소, 서귀포시 229개소 과수원)에서 1차(5월 개화기)~2차(8월 열매 생육기)는 640그루, 3차(11월)는 320그루에서 따낸 열매의 갯수와 크기, 당도 등 품질을 조사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1998년 시작된 감귤 관측조사는 2003년 관련 연구용역을 통해 조사방식을 개선한 후 현재까지 20년 가까이 동일한 관측방식이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관측조사가 그동안 달라진 감귤농업 환경을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는 건 당연지사고, 말로는 생명산업이라면서 유통처리계획 수립의 토대가 되는 관측조사에 갖는 제주도정의 관심의 정도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감귤 관측조사는 정책 방향의 토대가 되는 것으로, 농가의 신뢰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 감귤 관측조사 결과에 따라 제주도의 유통처리계획이 달라지는 것처럼 농가 입장에서 보면 더 좋은 값을 받기 위해 출하시기를 조절하는 데 가장 기본적인 신호나 다름없다. 생산예상량은 당연히 밭떼기거래 가격에도 반영된다.

그래서 감귤 관측치와 실제 생산량은 여러 변수를 감안하더라도 시장에서 수긍 가능한 수준이어야 관측조사로서의 의미를 지닐 수 있다. 기상여건이 농업의 주요 변수이긴 하지만 3만t 이상의 차이는 납득하기 어렵다. "감귤 관측조사는 믿을 수 있어"라는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을 정도의 관측조사의 개선을 촉구한다. <문미숙 부국장 겸 경제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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