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이 지난 달 15일 한국을 포함한 13개국의 비자를 면제해 주는 조치를 내놨다. 대상국은 한국 외에 벨라루스 덴마크 핀란드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일본 노르웨이 러시아 스페인 스웨덴 영국 등이다. 해당 국가의 시민권을 보유한 입국자들은 여권 종류·입국 목적에 상관없이 15일간 비자 없이 베트남에 체류할 수 있다. 베트남은 이와 더불어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회원국에 대해서도 비자 없이 30일까지 체류를 허용하는 조치를 함께 내놨다.
베트남의 이같은 조치는 고사 위기로 내몰린 외국인 관광시장 회복을 위해서다.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직전인 지난 2019년, 베트남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1800만명에 달했다. 이 가운데 한국은 430만명으로 중국(580만명)에 이어 두번째를 기록했다.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유행하면서 사정은 확연히 달라졌다. 2020년 383만명으로 감소한데 이어 2021년에는 15만명으로 급감했다.
베트남 정부의 야심찬 조치에도 불구하고 국내외 반응은 냉랭하다. 베트남 여행업계는 관광 인력 등 관련 인프라가 모두 무너진 상황에서 당장 외국인 관광객을 받아 들이기는 어렵다는 반응이다. 가이드들이 살 길을 찾아 다른 지역으로 떠나거나 제조업 등으로 이직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2020~2021년 사이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2656개 업체 가운데 840개 업체가 시장을 떠났다. 남은 업체들 대부분도 대표 한 명이 근무하는 기업으로, 간신히 이름만을 유지하고 있다.
국제적인 여건도 혼란스럽기는 매한가지다. 중국은 여전히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며 외국여행을 제한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 또한 제한적인 출국을 허용할 뿐이다. 더욱이 몇년 전부터 베트남의 바가지 상혼이 알려지면서 국내에서는 베트남을 기피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베트남 관광시 필수 구매품 중 하나로 알려진 '노니'를 현지 정가의 20배나 되는 가격에 바가지를 씌우고 있다는 소식이 국내 언론을 통해 보도되기도 했다. 항산화 성분이 포함돼 있다고 알려지면서 베트남을 찾는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상품으로 떠올랐다. 여기에 얼마 전 한국인 등이 즐겨 찾는 다낭지역의 호텔들이 숙박비를 20%나 인상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발리·캄보디아 등이 대안 관광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정부가 코로나 '엔데믹' 체제로의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계절독감과 같은 풍토병으로 받아 들이면서 코로나와 함께 일상을 되찾아 가겠다는 구상이다. 제주특별자치도 또한 이같은 조치에 맞춰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해외 주요 여행업체 관계자들을 초청, 팸투어를 실시하는 한편으로 상품 개발·해외 마케팅을 준비중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인바운드 시장의 체력 회복이다. 더불어 뉴노멀시대에 맞는 지속적이면서도 미래지향적인 관광 정책을 수립, 일관되게 추진해야 한다. 야심찬 계획을 세워 놓고도 좌고우면하는 베트남이 오늘 날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다. <현영종 편집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