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수의 문화광장] 함께할 때 영혼은 아름다워진다

[박태수의 문화광장] 함께할 때 영혼은 아름다워진다
  • 입력 : 2022. 05.31(화) 00:00
  • 김채현 수습기자 hakch@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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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가끔 창밖을 바라본다. 때때로 비둘기 한 쌍이 먼나무 아래에서 모이를 쪼고 있다. 비둘기 두 마리가 서로 앞뒤로 왔다 갔다 하며 모이를 쪼고 있는 모습을 보면 즐겁다.

비둘기는 홀로 다니기보다 짝을 지어 다닌다. 그래서 더 아름답다. 그러한 비둘기의 모습을 보던 아내가 창밖 베란다에 모이를 뿌려 놓았다. 그랬더니 마당에서 베란다로 가까이 와서 모이를 먹는다. 모이를 먹다가 주위를 살핀다. 다시 모이를 먹고, 다시 살피다가 먹곤 한다.

어느 날은 비둘기가 혼자서 먹이를 쪼고 있었다. 다른 한 마리는 어디에 있을까? 계속 바라보아도 여전히 혼자서 쪼고 있다. 그제 서야 무슨 일이 생겼나? 궁금해졌다. 그리고 그날이 지나갔다. 그런데 다음 날도 혼자이고, 그 다음 날도 혼자다. 그러던 어느 날 다시 비둘기 두 마리가 와서 모이를 쪼고 있다. 그제서야 '오, 저런. 별일 없었구나.' 안도감을 느끼며 마음이 놓인다.

나는 가끔 집에 전화를 한다. 아내가 혼자서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기도 하지만 왠지 걱정이 되어서다. 나와 함께 제주에 왔지만 내가 없는 집에서 하루 종일 혼자 지낸다는 점이 왠지 미안해서 더 그렇다. 그러다가 전화라도 받지 않으면 별별 걱정을 다 한다. 쓸데없는 걱정인 줄 알지만 걱정이 꼬리를 문다. 잔디밭에 풀을 뽑나? 마트에 갔나? 미용실에 갔나? 한참 뒤 다시 전화를 한다. 전화를 받는다. 그러고 나면 안심이 되면서 가슴을 쓸어내린다.

나는 때때로 명상센터 뒷산 숲길을 걷는다. 낙엽과 풀잎을 밟으며, 산새소리와 바람소리를 들으며 걷는다. 그러다보면 어느새 마음은 고요하고 편안해진다. 자연과 함께하니 저절로 내 영혼이 맑아진다. 영혼은 순수하다. 자연도 순수하다. 우리는 세상살이를 하면서 여러 장애물에 가리어져 내가 갖고 있는 순수한 영혼을 만나지 못한다. 욕구에 가리어져 화를 내거나, 게으름에 가리어져 오늘 일을 미루거나, 흥분으로 가리어져 덤벙대면서 영혼의 밝은 기운을 보여주지 못한다.

자연과 함께할 때 영혼은 아름다워진다. 자연은 순수하기 때문에 거부감이 생기지 않는다. 비둘기는 자연과 닮아있다. 혼자 있는 비둘기를 보아도 즐겁다. 숲 속을 걸을 때 혼자 걸어도 편안하다. 자연이 주는 따뜻한 기운과 포근한 에너지가 영혼과 만나기 때문이리라. 집에 전화를 할 때 아내가 받으면 기쁘고 안심이 된다. 남편이 아내를 만나면서 두 사람의 에너지가 하나가 되기 때문이리라.

이러한 부부는 언젠가는 헤어져서 혼자 살게 되는 게 세상의 이치다. 비둘기 두 마리가 한 마리가 되고, 부부가 살다가 혼자 남게 된다. 둘이 의지하고 사는 동안 사랑의 힘을 비축할 수 있다면, 그래서 혼자될 때 비어있는 옆자리를 채울 수 있다면 그는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박태수 제주국제명상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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