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일의 월요논단] 두 개로 갈라진 제주 원도심

[김태일의 월요논단] 두 개로 갈라진 제주 원도심
  • 입력 : 2024. 11.25(월) 05:30
  • 임지현 기자 hijh529@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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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2006년 7월 제주특별자치도 출범과 맞물려 2005년 7월에 치러진 제주 행정구조 개편주민투표 이후 19년 만에 추진되고 있는 제주도 행정구조개편이 정치권에서 논쟁거리다.

과거 20년을 뒤돌아보면 도지사만 보이고 시장은 보이지 않는다는 행정력의 불균형, 도청중심의 행정 효율성 저하뿐만 아니라 도민의 참정권 약화로 인한 풀뿌리 민주주의가 제대로 정착이 되지 못했다는 공감대에서 오영훈 도정이 제시한 공약이기도 하다.

제시된 제주도 행정구조개편은 현행의 제주시를 동제주시와 서제주시로 나누고, 현행 서귀포시를 유지하는 3개 기초자치단체로 개편하는 내용이다. 2년 동안 숙의과정을 거쳐 제시된 3개 기초자치단체의 행정구조개편을 보면서 새로운 행정조직의 변화를 기대하면서도 도와 시의 사무조직의 체계와 업무배분, 기초단체의 재정문제 등 행정효율성의 우려도 존재하는 것 같다.

그러나 이러한 표면적인 우려의 이면에 우리가 놓치고 있는 부분, 즉 행정구역의 불합리성으로 인한 폐해의 우려도 있다. 대표적으로 동제주와 서제주로 나누면서 원도심이 두 개의 행정조직에 의해 관리될 수밖에 없는 행정관리공간이 돼 버린다는 점이다. 우리가 원도심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근성을 비롯해 도시의 형성 과정, 곧 공간의 확장성과 시간의 확장성 속에 새겨진 삶의 많은 이야기, 역사·문화 흔적을 찾아볼 수 있는 생활공간이자 제주만의 정체성이 담겨 있는 대표적인 역사도시이기 때문이다. 넓은 의미에서 볼 때, 후대에 물려주어야 할 지역적 공간유산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제주 원도심은 일도동과 이도동, 삼도동, 3개 동으로 구분돼 행정적인 관리가 이어지고 있어 제주읍성이 자리한 역사적 공간이라는 지역적 특수성과 시민의 생활공간이라는 보편성을 아우르는 행정업무는 사실상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예를 들면, 3개 동지역으로 구분된 행정공간에는 각각 동 단위의 자체적인 행정사업에 치중되는 경향이 강하고 주변을 종합적으로 아우르지 못하는 행정력의 한계성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제주시의 관할구역임에도 협력과 협의, 조정의 능력이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서제주와 동제주가 나누어진다면 제주 원도심이 갖는 역사적 가치의 특수성과 생활공간적 가치의 보편성 유지, 계승은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김한규 의원이 제주시를 두 개의 행정구조로 나누지 않고 현재 행정구조에서 기초자치단체를 도입하자는 의견을 제시한 점도 그러한 맥락에서 이해되는 부분이다.

물론 주민투표를 통해 결정된다면 민주적 절차에 따라 존중하고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시점에서 지역적 인구구조에 기초한 행정조직 결정과정에서 도민들이 행정구조개편의 내용을 잘 이해하고 있는지, 도정의 역점사업인 15분 도시공간 구조화와 어떻게 연계되는지. 지역의 공간적, 장소적 가치가 적절히 고려됐는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김태일 제주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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