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여름, 6월이 오자 제주의 들녘이 푸른 생명의 소리들로 가득하다. 6월이 짙푸른 산과 들에 힘찬 생명의 소리로 메워진 역동적인 달로 다가오지만 6·25 전쟁의 아픈 상처, 6·10 민주항쟁의 의로운 외침을 더 기억해야 할 소중한 달이기도 하다. 수 많은 제주인들이 유월 역사의 한복판서 온몸을 던진 과거와 그 '헌신'을 새기고, 키워야 할 시절이다.
'유월 정신'은 분명 존재한다. 오월 정신과 다르지만 그 연장선에 있다할 것이다. 나라를 지키고, 민주·인권을 지키려는 도도한 민의의 흐름이 6월에 있었고, 많은 제주인들이 당당하게 함께 해 온 역사를 우리는 갖고 있다. 온나라를 동족상잔의 비극으로 내몬 6·25전쟁과 80년대 전국 민주화 항쟁의 '정점'이었던 6·10민주항쟁의 한 켠엔 수 많은 제주인들이 함께 했던 그 달이다. 다시 온 6월에 그 역사, 그 가치를 다시 되새긴다.
올해 35주기를 맞은 6·10민주항쟁 제주 시위는 도내 대학생과 시민 등 수백 수천명이 연일 제주시 도심에서 민주화 시위에 나서 민주화 물결의 '전국화'를 일궜다. 도민들이 4·3 대학살로 숨죽여 살아온 시대를 박차고 나와 독재 반대와 민주사회를 소리쳐 외친 첫 현장이라 할 만하다. 결과적으로 군부독재를 끝장냈고, 직선제 개헌을 일군 도민들의 승리이자 지역사회 시민 권리주장의 큰 '족적'이었다. 이후 제주사회가 도민들의 민주적 주장과 권리를 되찾는 일에 적극 나서는 '시작점'이었다.
6.25전쟁 당시 제주출신 참전자 8500여분의 국가와 민족을 위한 헌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참전자중 2022분이 이름모를 산야에서 전사했다. 특히 전쟁의 전세를 역전시킨 인천상륙작전의 주역 해병 3, 4기 대원 2980여명의 혁혁한 전과는 무적해병의 신화를 낳았다. 국가가 누란의 위기에 처하자 전쟁 중 입대해 나라를 구한 자랑스런 제주인들이었다.
우리는 나라의 위기, 민주의 위기에 거센 들불처럼 들고 일어선 당시 제주인들의 '헌신', 희생을 잊어선 안된다. 6월의 역사적 사실들을 후세에 널리 알려야 할 책무, 오랜 기간 살아있는 역사로 기록되게 앞장서야 할 의무가 있다. 오늘을 사는 우리 사회 풍요와 민주주의, 제주인의 삶도 당시 헌신과 희생에서 비롯됐다는 올바른 인식도 필요하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중요한 가치들이 유월 역사속 제주인 모습에 담겨 있음을 늘 간직할 때 미래도 있다.
제주사회가 더딘 성장을 이루면서도 한편으론 갈등과 분열의 '나락'을 걱정해야 할 때다. 개발과 보존의 팽팽한 대립 갈등구조에 해법이 모색되기는커녕 도민간 첨예한 의견차로 날새고 있는 현실이다. 제주사회의 상생과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 선택이 지난 1일 있었다. 오영훈 도정과 도민사회가 격동의 시대 제주인들이 보여준 '희생 헌신'의 가치 속에 미래 제주를 설계해야 한다. 6월이 주는 헌신과 희생의 가치는 제주 미래를 밝히는 큰 밑거름이다. <김기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