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제주농업이 위기를 맞은 지 오래다. 농업 위기속에도 해법은 커녕 더 격랑속으로 빠진다는 농민들이 더 많다. '농업이 살아야 미래 제주가 있다'는 흔한 말도 '옛 얘기'라 여길 만큼 농업위기가 만성적이다. 먼저 그 현실을 제대로 봐야 해법도 가능하다.
제주농업은 몇 년새 사방팔방 밀려든 악재로 초유의 어려움에 직면했다. 국내·외 악재들이 일시 들이닥쳐 영농기반을 뿌리채 흔들고, 경영난을 급속도로 가중시켰다. 농민 고령화와 과잉재배라는 악조건들이 상존하는 상황서 최근 비료 농약 유류 인건비 폭등은 초유의 악재이면서 감당할 수준을 넘었다.
통계청 집계상 지난 50년간 제주농가는 1970년 5만5000가구, 24만8000명에서 2020년 3만가구, 8만명을 보여 무려 가구 45%, 농민 68% 급감했다. 농가 연령도 70세 이상 30%, 60대 28%, 50대 26%인데 40대 이하 비중은 1970년 61%서 2020년 16%로 급감했다. 농가 급감에 고령화도 급속 진전이다. 읍면지역 개발바람으로 농지는 크게 줄었고, 수입개방·소비시장도 위기를 가중시켜 왔다. 밭작물 월동채소류의 과잉재배 가격폭락 산지폐기 악순환은 작물을 달리하며 매년 반복된다. 월동무 양배추 양파 당근 재배농가들은 거의 매년 판로 대란에 발만 동동 굴렀다. 코로나19로 글로벌 공급망 불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여파는 영농비 폭등을 불러왔다. 외국인 노동자 공급이 끊겨 돈을 줘도 인력을 못 구하고, 인건비는 대폭 올랐다. 비료 농약 유류값도 2~3배 올라 아우성이다. 영농자재와 면세유, 보조사업 등 정부의 각종 지원정책이 존재하는지조차 체감 못할 정도다. 정부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가입도 큰 우려다. 전례없는 위기 상황에 농업 등 모든 상품에 100% 관세철폐를 하는 CPTPP 가입을 한다면 농업은 암울 그 자체다.
전대미문의 위기인 농업을 살리는 방안은 각양각색일 수 있다. 그러나 미래 농업과 현재 농업을 나눠 해법을 찾으면 최선의 '선택지'를 낼 수 있다. 미래 농업이 청년농 육성, 기후변화에 따른 새 작물·재배법 도입, 스마트 팜 확대 등에 있다면 현재 농업은 인력난과 영농비 경감, 유통개선, 적정생산에 그 해법을 찾아야 한다.
현재 농업에 닥친 문제해결이 바로 해법인 까닭에 민선8기 오 도정 농정을 대대적으로 혁신해야 한다. '찔끔대책'이 아닌 제대로된 대책들을 내려면 말이다. 아직도 남의 탓 하고, 담당자 바뀌니 눈치보기로 일관하는 농정이어선 안된다. 수 십년 해묵은 과제지만 여태 해법을 못찾은 적정생산 유통혁신, 이것만이라도 제대로 하자. 도와 농협, 유관기관 등이 현재 농업에 필요한 과제에 해법을 낼 때 지속가능한 농업으로 제주의 미래도 열 수 있다. 농업이 현 재앙적 상황을 지탱할 여력도 많지 않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김기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