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다사다난했던 2022년이 고작 한주밖에 남지 않았다. 매년 이맘때면 한탄하며 나오는 그말, "어제가 새해를 시작한 것 같은데 벌써…". 그야말로 1년이 쏜살같이 흘러갔다. 더욱이 웃을일 보단 짜증과 스트레스가 한해의 기억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게 아쉽다.
한해의 끝자락 12월, 유독 도민들을 쓰라리게 하며 제주의 민낯을 보여주는 보도가 쏟아졌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2022년 전국 고독사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제주지역 고독사 증가율이 전국 최고란다. 우리 주변에서 쓸쓸히 생을 마감하는 이들이 많다는 얘기다. 2017~2019년 전국 연평균 고독사 증가율은 8.8%인데 제주는 무려 38.4%를 기록했다. 고독사 연령대는 절반 이상이 50~60대였다.
한 집의 가장인 50~60대의 슬픈 현실 못지 않게 제주에 사는 20~30대 젊은층도 삶이 고민과 고통의 연속이다. 청년층 상대로 삶에 대한 인식조사를 벌였더니 절반가량이 제주사회에 대한 최대 불만으로 '일자리 부족'을 꼽았다. 그래서 이들은 "제주를 떠나고 싶다"고 했다. 어렵게 제주에서 일자리를 구했다 하더라도 타지방에 비해 낮은 임금과 높은 집값, 그리고 고물가는 고향인 제주를 등지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했다. 젊은층의 이런 고민은 결혼에 대한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통계청이 최근 밝힌 2021년 전국 신혼부부 통계에 따르면 제주 거주 신혼부부는 1년새 6%가량 줄었다.
제주사람들은 소득도 적다. 2021년 1인당 개인소득이 전국 17개 시도 중 꼴찌다. 지역내총생산 성장률도 전국 최저다. 중장년층 10명 중 3명 정도는 미취업자이고 4명 중 1명은 가입 연금도 없는 등 노후 준비가 돼 있지 않다. 소득이 적은 이들이 이렇게 많은데 자기집이 있을리 만무하다. 56%가 무주택자란다.
그렇다고 물가가 낮을까. 제주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분기 0.9%에서 지난해 2분기 2.8%로 큰 폭 오른 뒤 지난해 4분기 4.0%, 올해 1분기 4.7%, 2분기 6.4%, 3분기 7.0%를 기록하며 1년 넘게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물가상승률이 전국 최고수준이다. 또 지난해 가구당 부채는 7764만원으로 10년 전 4843만원과 비교해 61%가량 늘었다. 특히 제주 농민들의 부채는 전국에서 가장 높다.
하나하나 열거하니 제주사람들 어떻게 버티고 살아가는지 신통하기만 하다. 내년 경기는 더 어렵다 하니 사방이 잿빛이다. 이런 때 정부가, 아니 정치가 희망이 됐으면 하는데 알다시피 말 꺼내는 자체로 스트레스를 받는다.
바닥을 경험했으니 이제 오를일만 남았다 하지 않은가. 묵은해가 가고 새해가 눈앞에 다가오니 그 기대가 더 커진다.
언론매체는 매년 12월말이 되면 10대 뉴스를 선정해 보도한다. 10대 뉴스는 그 한 해를 함축한다. 희망을 기대했던 2022년 제주, 사건사고로 얼룩졌고 각종 현안에 따른 지역 갈등은 해소되긴 커녕 더욱 심화돼 또 해를 넘어갈 모양새다. 1년 후 2023년을 마무리할때 올해보단 밝고 기분좋은 10대 뉴스를 전할 수 있길 소원해본다. <김성훈 편집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