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제주가 새해엔 다 함께 웃으며 사는 도민 행복시대로 들어설지 관심이다. '도민 행복시대'는 개인별 기대치, 객관적 기준치를 '수치화'하지 못한 상황서 거론 자체가 무리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민선 8기 도정이 '도민과 자연이 행복한 제주'를 새 비전으로 제시한 상황에서 도정 2년 차 새해를 맞아 도민 행복시대 조기 시작을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오 도정은 '도민 행복' 비전을 제시하면서 도민 주인의 자치분권, 소득안정 보장, 청정 환경, 청년 미래 보장, 지역 균형 성장, 공동체 회복, 행복한 복지 등 7가지 도정 목표를 정했다. 도가 도정 목표를 통해 '도민 행복시대'를 열겠다는 것이다. 도정 비전이나 목표가 나아갈 방향과 분야별 도달 지점을 설정한 것이라 다소 추상적일 수밖에 없지만 '도민 행복 열차'의 중간역이자 종착역이라 할 수 있다.
과연 도민 행복시대는 새해 부분적이나마 열 수 있을까. 다수 도민들이 지역 현실, 민선 8기 반년 동안의 오 도정 행보서 임기 내 실현도 의문이란 판단에 더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우선 지역 현실이 너무 많은 난제를 안고 있다. 도민 소득수준은 지난해 1인당 개인소득, 중·장년층 평균 소득 모두 전국 17개 시도 중 최저다. 청년 대다수는 일자리 부족을 이유로 제주를 떠나고 싶어 하고, 일자리를 구해도 낮은 임금에 높은 집값·물가 탓에 불만투성이다. 공동체는 무너지고 있다. 1인 가구가 크게 늘면서 혼자 살다 생을 마감하는 고독사가 2017~2019년 12명 선이었다가 2020년 27명, 작년엔 44명까지 급증해 전국 최고 증가율 38.4%인 지경이다. 최고 브랜드인 청정 환경은 제2공항 건설 추진, 중산간 지대 건설 붐 등으로 최대 위기를 맞은 지 오래다. 재작년부터 작년까지 이어진 고물가, 고금리 여파로 지역 상권, 농어촌 경제는 모두 꽁꽁 얼어붙었다. 오죽하면 국회미래연구원이 작년 '한국인의 행복감'을 조사한 결과 제주는 10점 만점에 6.51점으로 최하위라는 불명예를 안았을까 싶다.
도민 살림살이가 팍팍한 현실에도 새해를 맞았지만 기대를 갖는 건 여전히 무리다. 제주가 사방팔방 난관에 처한 데다 오 도정의 반년 행보 역시 믿음을 주기에 역부족이다. 아직 시기 상조라는 시각도 있지만 인사 경제 환경 등 제분야 첫 '단추'를 제대로 끼워간다는 평가도 듣기 힘든 현실이다. 오 지사가 신년사를 통해 "새해를 대전환 도약의 원년으로 만들겠다"고 했지만 다수 도민들에겐 정치적 수사로만 들린다.
신년 도정이 민생에 가시적 성과를 보여야 한다. 도민 삶이 달라져야 도민 행복의 시대도 도래하는 만큼 도정의 모든 종착지를 '민생'으로 삼아야 한다. 정치인 도지사가 '언변'에 치우치지 않고, 민생의 실체적 성과에 주력할 때 도민 행복도 공허한 메아리로 남지 않는다. 새해엔 도정의 새 모습을 기어이 보고 싶다. <김기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