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몇칠 전이었다. 병원으로 상담전화가 왔다. 10년이 갓 넘은 중성화되지 않은 남아 마당견이 2~3일전부터 피오줌을 눈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는 피오줌을 누면서 기운이 없고 식욕도 떨어지고 있다며 내게 무슨 병이냐고 다짜고짜 질문을 했다. 내가 20년차 임상수의사이지만 그 말만으로 무슨 병인지 알 턱이 없다. 물론 몇몇 가능성에 대해서 상상은 하지만 그게 사실이 되기에는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하다. 필자는 당연히 빨리 병원에 내원해서 그 원인이 무엇인지 검사를 진행하고 치료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대답했다. 전화 너머의 그 강아지 보호자는 식구들과 논의를 해보고 병원으로 방문할거면 하겠다는 말을 끝으로 통화를 마무리 했다. 그리고 그의 방문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로부터 일주일 후 그 강아지가 무지개다리를 건넜다는 소식이 나에게 들려왔다. 이런 일들은 시골에 근무하는 수의사로서 심심치 않게 겪는 안타까운 그리고 무기력해지는 경우이다. 강아지가 아파서 병원에 왔을 때 수의사는 보호자로 하여금 최대한 많은 정보를 얻고자 한다. 이게 문진이며 적어도 이 단계에서 50% 이상의 진단이 이루어진다. 그리고 이후 촉감으로 느끼는 촉진, 눈으로 보는 시진, 귀로 듣는 청진 등의 전통적인 진단의 방식으로 시작해 필요에 따라서 방사선, 초음파 등의 영상자료를 확보하고 혈액채취를 통해 더 많은 정보를 얻고 아픈 강아지의 원인을 찾는다. 그리고 그 원인을 해결하는 치료단계로 가는 것이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원인이 쉽사리 밝혀지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동물들도 사람과 같이 질병의 종류가 너무 많은 까닭이다. 한사람의 수의사가 어찌 그 많은 질병의 종류와 증상 등을 다 알 수 있을까? 거기다 다양한 종의 강아지들이라면 그 경우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니 말이다. 하지만 이 경우는 우리 수의사들의 영역이다.
그럼 우리 반려인들은 우리 강아지들이 어딘가 아파하거나 불편할 때 어떻게 해야 할까? 어느 정도 아플 때 병원에 가야 하는 것일까? 사실 그 기준은 정해져 있지 않다.
일반적으로는 아주 급작스럽게 문제가 생기는 경우를 제외하고 필자는 하루정도 지켜보라고 권장한다. 그 지켜보는 동안에 보호자가 관찰할 수 있는 몇 가지를 확인하고 내원하기를 바라는데 이를테면 대변과 소변의 색과 모양 및 냄새, 숨쉬는 소리, 기침의 유무, 걸음걸이 등 보호자들이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외적인 것이다. 이러한 정보는 수의사가 진단을 효율적으로 내리는데 유용하게 쓰인다.
마지막으로 다음과 같은 증상이 보일 때는 가능한 빨리 진찰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배가 평소보다 너무 부른 것 같은 때 ▷오줌이 평소보다 탁하고 냄새가 나며, 붉은색일 때 ▷오줌을 자주 누면서 양이 적을 때 ▷지속적으로 떨거나 경련을 일으킬 때 ▷구토를 하거나 침을 많이 흘릴 때 ▷무른 변이나 설사, 배변횟수가 많아졌을 때 ▷식욕이 떨어지고 잠만 자려고 할 때 ▷머리를 흔들거나 뒷발로 귀를 긁을 때 ▷눈을 비비거나 자꾸 윙크 같은 눈 깜빡임을 지속적으로 할 때 ▷지나치게 털이 많이 빠질 때 ▷다리를 들고 다니거나 다리부위를 만지면 아파할 때 ▷엉덩이에 자꾸 입을 갖다 대거나 엉덩이를 바닥에 끌고 다닐 때 ▷자주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몸에서 악취가 날 때 ▷갑자기 물을 많이 먹고 오줌의 양이 많아지며 이런 증상이 15일 이상 지속될 때 ▷입안이나 귀속에서 냄새가 심하게 날 때 ▷잇몸이나 혀의 색이 변할 때(푸른색, 흰색, 노란색) ▷콧물(노란색, 녹색, 투명)이 날 때 ▷눈에 노란 눈곱이 낄 때.
이외에도 콧등이 말라있으면 체온이 올라가 있는 상태 또는 통증이나 심한 스트레스로 인한 것이므로 관심을 갖고 살펴서 사랑하는 나의 강아지가 건강을 되찾을 수 있도록 해야겠다. 그리고 병원에 가는 일을 두려워하지 말자. <강성진 가람동물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