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코로나19로 인해 3년 남짓 끊겼던 지구촌 왕래가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다. 우리와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일본은 펜데믹 이전 수준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관광 분야가 지역경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는 제주 입장에서는 가장 촉각을 세우고 있는 곳이 중국시장이다.
중국은 글로벌 관광시장에서 큰손으로 자리하고 있다. 제주 또한 예외가 아니다. 한때 연 300만명 전후로 제주를 찾기도 했다. 2017년 사드 문제가 불거지기 전이다. 사드 사태로 인해 중국 정부가 사실상 자국민들의 한국 여행을 막으면서 제주외래관광시장은 그야말로 초토화됐다. 중국 시장과 거래하던 전세버스를 비롯해 호텔 등 수많은 업종이 직격탄을 맞았다.
사드 사태는 당시 제주관광에 치명타를 가했지만 시장 다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하는 계기도 됐다. 그래서 관광전문가들은 '포스트 사드'를 준비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외래시장 전반에 체질화된 중국 시장 의존도를 하루아침에 바꾸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다. 동남아 시장에 시선을 돌리기도 했지만 중국시장 대체지로 한계가 분명히 있었고 더불어 갖가지 지원을 노골적으로 요구하는 새로운 갑질도 경험해야 했다.
어찌어찌 시간이 흐르면서 중국 시장이 조금은 회복되기는 했지만 사드 사태 이전으로 돌아가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러다 모두 알다시피 2020년초부터 코로나19라는 펜데믹이 지구촌을 덮치며 회복세를 띠던 외래관광시장이 그야말로 처참하게 붕괴됐다.
중국 시장은 제주에 가장 큰손이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참 아이러니 한 시장이었다. 중국 관광객들은 손님으로 오는데 대접을 못 받아 불만이고 일반도민들은 그런 손님을 귀찮아했다. 중국 외래인바운드 관광시장의 가장 병폐였던 '저가상품'이 부른 결과다. 중국인들은 싸구려 손님으로 대접받으니 기분 좋을 리 없을 터다. 귀국 후 볼멘소리가 잇따랐고 당연히 제주 이미지도 나빠졌다.
사실 한편으론 제주관광업계도 억울한 점이 없지 않다. 중국 현지 대형여행사의 갑질이 정상적인 관광상품 시장가격에 영향을 끼쳤다. 관광객을 송객시켜주는 대가로 이른바 '인두세'가 나타나면서 제주외래시장에 중국시장은 정상가격 개념이 사라지면서 싸구려관광이라는 불명예가 이어져 왔다.
관광전문가들은 과거의 병폐를 공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제주외래시장의 가장 병폐인 '저가상품' 문제를 해소하는 게 급선무다. 중국 정부도 그동안 철저하게 막았던 빗장을 서서히 풀 준비를 하고 있다. 그래서 글로벌 시장은 중국인들의 '보복해외여행'을 잔뜩 기대하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 사드 사태로 우리는 시장 다변화 필요성을 인식했다. 비록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하더라도 필요성 인식 자체만으도 제주관광이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코로나 3년', 그냥 잃어버린 3년이 아니길 기대한다. 물론 앞으로의 행보, 즉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달렸다.<김성훈 편집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