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치열했던 제3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를 통해 제주에선 32명의 조합장이 탄생해 이달 21일부터 4년 임기 시작을 앞두고 있다. 지역사회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갖는 조합장선거 기간 불법 선거운동으로 인한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와 함께 '언제까지 선거공보와 벽보만을 보고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인 지역 농협과 수협, 산림조합을 이끌 수장을 뽑아야 하느냐'는 불만이 적잖다.
이번 선거 결과 제주에서는 최다후보가 출마한 조합에서 단 6표 차이로 당선인이 결정될만큼 박빙의 승부가 펼쳐졌는가 하면 36표, 59표 차이로 당선인이 결정된 조합도 있다. 불법 혐의도 여전해 제주도선거관리위원회가 조합원 수 백명에게 농산물을 제공한 혐의로 한 현직 조합장을 고발하는가 하면, 경찰이 한 조합장 당선인과 지인을 조합원에 금품을 건넨 혐의로 입건 조사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특정 후보를 떨어뜨릴 목적의 선거운동을 한 조합 임원과 현직 조합장 낙선 목적의 현수막을 내건 조합원이 고발되기도 했다.
조합장선거는 공직선거와는 달리 각 조합별 조합원만 참여하는 '그들만의 선거' 경향이 짙은 게 사실이다. 선거인 수도 많지 않아 단 몇 표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는 일이 있다 보니 후보자 입장에선 한 표 한 표가 귀할 수밖에 없다. 표를 얻기 위한 불법이 끊이지 않는 이유일 것이다.
현직에게 유리한 선거라는 지적은 이번도 예외가 아니었다. 선거운동은 후보자로 등록한 후에 오직 본인만 단 13일동안 극히 제한된 방법으로만 가능하다. 선거운동원을 둘 수 없고, 정책을 알릴 토론회·발표회는 금지된다. 선거공보와 벽보, 전화·문자 메시지, 명함 등으로 방법이 제한되면서 후보자가 조합원들에게 검증받기 어려운 구조다. 이는 음성적인 금품 선거를 부추기는 한 요인이 되곤 한다. 반면 현직 조합장들은 각종 조합 행사나 경조사 등을 통해 조합원과 접촉할 기회가 많다. 현직에 도전하는 후보자들이 확보에 애를 먹는 조합원 개인 연락처도 현직은 업무과정에서 얻는 게 자연스럽고, 이를 선거운동에 활용한다.
이번까지 3차례의 선거를 치르는 동안 제도 개선의 필요성은 더 명확해졌다. 선거를 위탁관리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2015년과 2019년 선거 후 두 차례나 관련 법률 개정 의견을 제출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선관위가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고 본 내용은 유권자의 알 권리 강화와 선거운동 방법 확대로 축약된다. 후보자 정책발표 허용과 정책토론회 개최, 선거공보에 후보 전과기록 게재 의무, 후보자 배우자의 선거운동 허용, 인터넷과 문자를 이용한 선거운동 확대 등이 그것이다.
다음 동시조합장선거는 학연·지연·혈연 등 조합 내 연고 중심에서 벗어나 기후변화, 심각한 고령화와 인력난 등 농어업이 처한 여건이 변화하는 만큼 이에 대응할 혁신적인 전문 경영마인드를 가진 이들도 도전할 수 있도록 관련 법 개정에 정치권의 관심을 촉구한다.<문미숙 경제산업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