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훈의 백록담] 집값 왜 안내려?… 응, 아직 버틸만해

[김성훈의 백록담] 집값 왜 안내려?… 응, 아직 버틸만해
  • 입력 : 2023. 07.10(월) 00:00
  • 김성훈 기자 shki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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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이 가장 놀라는 하나가 있다. 물가다. 작정(?)하고 돈을 쓰려 여행을 왔지만 제주의 고물가에 혀를 내두른다. 지난 4월 제주지역 호텔 숙박료는 한 달 전과 비교해 5.5% 올랐고 1년 전에 비해서는 13.5% 상승했다. 올해 1분기 기준 외식 물가도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8% 뛰었고 5년 전에 비해서는 무려 23% 올랐다. 제주를 찾는 내국인 관광객이 감소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고작 2~3일 제주를 경험하는 관광객들이 이럴진대 제주에서 살아갈 이들은 오죽할까. 그렇다고 제주사람들 돈을 잘 버는 것도 아니다. 제주지역 월급쟁이들 평균임금은 전국평균보다 12.6% 낮아 전국 17개 시도 중 꼴찌 수준이다. 그런데도 제주사람들 부채는 많다. 농가를 예로 들면 전국이 최근 10년간 28.5% 느는 동안 제주는 무려 157%가량 증가했다. 부채 규모는 9000만원을 훌쩍 넘는다.

물가는 비싼데 소득은 적고, 얼마나 힘들까. 그러다 보니 집을 살 엄두가 날 리 없다. 제주지역 직장인 10가구 중 4.3가구는 무주택가구다. 전국에서 서울 다음으로 낮다.

2023년 5월 기준 제주지역 미분양주택이 1961호로 1년 새 무려 75% 늘었다. 미분양주택 규모는 역대 최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자본시장을 움직이는 기본은 공급과 수요 원칙이다. 공급이 늘고 수요가 적으면 당연히 가격이 내려가기 마련이다. 집 살 여력이 되지 않은 상황인데도 공급이 넘치는 제주의 경우 집값 하락이 당연하지 않은가. 하지만 실상은 요지부동이다. 2022년 전국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전년비 1.92% 내려 9년 만에 하락전환했지만 제주는 오히려 1.78% 올랐다. 물론 상승률 전국 1위다.

기자의 지인 가운데 건설업계 종사자들이 적지 않다. 이들에게 물어봤다. 왜 집값이 떨어지지 않느냐고. 돌아온 답은 이렇다. "버틸만 해." 운영자금이 여유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급전을 필요로 할 만큼 상황이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분양이 안 된다해서 부득 값을 내려 팔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기다리다 보면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희망도 함께 한단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제주지역의 경우 건설업체 수가 매년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신문지상을 통해 전국 건설업체 파산 소식이 이어지지만 제주에선 남의 일이다. 코로나19가 시작됐던 2019년 이후에도 제주지역 건설업체 수는 늘고 있는 형국이다. 건설업자들에게 제주는 여전히 괜찮은 시장이다.

결론적으로 제주지역 집값 하락은 물 건너간 듯하다. 최근 서울 일부 지역 집값이 상승하고 있다는 소리가 들린다. 경제지를 중심으로 부동산시장이 움직인다며 환영일색이다. 제주에서 사는 무주택자들은 속이 끓는다. 집값 내린 것도 없는데 무슨….

기자가 크게 걱정하는 한 가지가 있다. 그동안 비상식적이던 제주의 주택 매매시장이 행여나 상식적으로 흐를까 하는 걱정스러움이다. 남 내릴 때 꿈쩍 않았던 제주, 이제 남이 올린다고 덩달아 올리는 상황만 없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김성훈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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