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TV프로그램 중 '세계테마기행'과 '걸어서 세계속으로'를 즐겨본다. 갔던 곳에 대한 추억이나 가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를 간접적으로 볼 수 있어서다. 대부분 유명 여행지 등 살기 좋은 곳이 소개된다. TV시청을 하다 보면 광고를 피하기는 쉽지 않다. 광고 중에 많이 볼 수 있는 것 중 마시는 물조차 없고 굶어 죽어가는 아프리카 어린이들을 돕기 위한 유니세프 활동 등이 있다. 내전 등으로 난민으로 전전하거나 경제난 등으로 힘든 삶을 사는 수많은 지구촌 사람들도 목도할 수 있다. 결국 극과 극의 세계를 보는 셈이다.
그렇다면 2023년 대한민국, 그리고 제주특별자치도는 전 세계에 어떻게 소개될까. 과거 빈국에서 선진국 반열에까지 오른 대한민국은 최근 몇 년 전부터 K팝, K드라마, K뷰티, K컬처 등 모든 분야에 K를 붙여 호황을 누리고 있다. 분단국이지만 다양한 이슈가 생산되는 다이내믹한 곳으로도 분류될 수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어떤가. '대한민국 대표 관광지 제주'는 고유명사이다. 그러나 오래 전부터 해군기지와 제2공항 문제로 지역사회가 혼란스럽다. 의욕적으로 출발시켰던 특별자치도에 대해선 '수술'을 예고하고 있다. 실제 집도가 될지는 모르겠다. 부동산 광풍으로 휘청거리고 있다. 가계부채 문제도 걱정스런 단계를 넘어서고 있다. 여행 프로그램에 이런 내용은 담기지 않는다.
제주도민으로 살아가는 것은 도민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다. 태어난 것은 선택할 수 없지만. 그런데 도민들은 지금 행복하지 않다.
선인들은 이 땅에서 힘들고 어렵게 살아왔다. 다행히도 천혜의 자연자원이 있어서 나름 '파라다이스'라는 간판을 내걸 수 있었다. 때문에 좋은 곳에 살고 있다는 것을 내륙에 사는 사람들로부터 부러움(?)의 대상이 됐다. 세상이 급변했다. 더 이상 부러움의 대상이 아니다. 1년에 1000만 명 이상의 방문객이 찾는다. 이로 인해 섬을 떠나 내륙으로 가기가 쉽지 않다. 예전엔 맘 편히 맛있게 먹을 수 있었던 음식들은 더 이상 우리의 것이 아니다. 웨이팅은 기본이고, 가격은 천정부지다. 도민들도 이젠 관광객과 똑같은 처지가 됐다.
외부에 의해 발전적인 방향으로 많이 바뀐 것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부정적인 면이 도드라지는 것 역시 간과할 수 없다. 며칠 전 한라일보에 3.3㎡당 분양가 3400만으로 서울보다 비싸다는 내용의 기사가 있었다. 전용면적 84㎡ 기준 12억원에 육박한다는 것이다. 말이 되는 소리냐.
과연 제주는 도민들을 위한 곳인지 묻고 싶다. 먹고살기가 힘들고, 살림살이가 너무 퍽퍽하다는 소릴 자주 듣는다. 어른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후세들에게도 지금의 세태를 고스란히 물려주는 것은 무책임한 자세가 아닐까 생각한다. 분명 국정(國政)과 도정(道政)에 기대를 걸어보는 것은 사치일 것이다. 자력갱생(自力更生)이나, 각자도생((各自圖生)만이 살길이다. "특별함이 없는 특별도에서 그래도 열심히 살아가는 도민들에게 응원과 함께 박수를 보낸다"라는 메시지를 올여름 끝자락에 전한다.<조상윤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