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일본 나가사키현 쓰시마시(對馬市)가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유치에 나섰다. 8월 초 쓰시마시의회는 특별심사위원회를 열고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건설에 필요한 문헌조사를 수용해 달라는 지역건설단체·상공회의 청원을 채택했다. 청원안은 시의회 본회의를 거쳐 히타카쓰 나오키 쓰시마시장에게 전달된다. 히타카쓰 시장은 이 청원의 수용 여부를 최종 결정하게 된다. 문헌조사에 응하면 일본 정부로부터 최대 20억엔(약 183억원)의 교부금을 받을 수 있다.
쓰시마시의 이같은 움직임은 관광산업의 몰락에서 기인한다. 관광산업은 수산업과 함께 쓰시마를 지탱하는 양대 산업이었다. 지난 2018년 한 해 동안 쓰시마를 찾은 관광객은 53만여 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한국인은 전체의 77%인 41만명에 달했다. 한국인들은 쓰시마에서 79억4000만엔(약 880억원)을 사용할 정도로 절대적인 비중을 차했다. 하지만 한·일관계가 악화되면서 한국인관광객이 90%나 급감하는 바람에 악화일로를 걷기 시작했다.
급기야 쓰시마 주민들은 일본정부와 본토인들에게 도움을 호소하고 나섰다. 일본정부의 재정지원과 각종 이벤트에도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여행경비의 일부를 지원하는 이벤트도 효과가 거의 없었다. 여행비용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실제로 도쿄에서 쓰시마를 방문하는 비용은 고속열차를 이용할 경우 편도 기준으로 33만원 가량이 소요된다. 더욱이 섬나라인 일본에서 많고 많은 섬 중 하나인 쓰시마는 본토인들에겐 별다른 메리트가 없다. 적잖은 일본인들이 쓰시마의 존재 자체도 모를 정도로 존재감도 낮다. 섬이라 그런지 물가도 비싼 편이다.
제주관광에도 이상 조짐이 감지된다. '대한민국 관광 1번지'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여름 휴가철에 앞서 전국 1만여 세대를 대상으로 하계 휴가철 통행실태를 조사한 결과 제주에 대한 선호도가 예전 같지 않음이 확인됐다. 국내여행 예정지를 물은 질문에서 동해안권, 남해안권, 서해안권, 수도권에 이어 5위에 머물렀다. 특히 제주는 지난해에 비해 선호도가 가장 많이 하락했다. 제주를 찾는 내국인관광객도 매달 감소하는 추세다. 올해 상반기 제주 방문 관광객은 663만여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7% 감소했다. 같은 기간 내국인관광객은 5.5% 줄면서 감소세를 주도했다. 코로나19로 묶였던 해외여행이 풀리면서 외국행이 러시를 이뤘기 때문이다.
곳곳에서 경고음이 들려오지만 대책은 겉돌고 있다. ▷제주관광 할인 이벤트 ▷신규 체류형 상품 출시 ▷특색있는 축제 이벤트처럼 천편일률적이다. 고비용·고물가·바가지 등에 대한 대책은 어디에도 없다. 질적 성장으로의 관광시장 체질 개선에 대한 고민도 엿보이질 않는다. 외국인은 고사하고 내국인관광객마저 발길을 돌린 판이다. 현실을 마주하고 제대로 된 해법을 찾아가야 한다. 분골쇄신 없이는 관광 1번지의 위상을 지켜갈 수 없다. 쓰시마가 오늘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다.<현영종 편집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