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10년 넘게 타고 다니는 애마(자가용)가 탈이 나면서 병원(수리전문점) 방문이 잦아졌다. 그리고 주변에서 누가 누가 병원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는 얘기를 수시로 듣게 된다.
차량과 사람의 목숨을 비교하는 건 비약일 수 있다. 하지만 너무나도 닮아있다. 차량 수리 전문점과 병원을 방문해 보면 확인할 수 있다. 차량 수리와 의료행위에 대한 불편함을 들 수 있다. 운전자나 환자 및 보호자들은 느낄 것이다. 차든 사람이든 명장과 명의를 찾게 된다. 그에 따른 비용 부담은 감수해야 한다.
아프지 않고, 아픈 사람들을 빨리 낫게 하는 의료문제, 의사 인력 확보가 화두이다.
의사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의대 정원 확대를 통해 인력을 확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방의료는 붕괴 직전이고, 필수 의료분야는 지원자가 없어 환자들이 응급실 뺑뺑이를 돌다가 사망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현실 등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제주의 경우도 전국 최초로 설립한 서귀포시 민관협력의원이 의사가 없어 진통 끝에 어렵사리 개원을 앞두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또 서귀포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는 2년 전 1억5000만원 보다 갑절 올린 3억원을 제시했으나 의사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있었다. 제주의 열악한 의료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제주대학교의 상급병원 지정이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의사 인력확보 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상존해 있다.
의사는 공장에서 양산되는 제품이 아니다. 의사 가운을 입더라도 진료과목마다 숫자가 다르다. 흉부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등 필수의료 과목엔 의사가 절대 부족하고, 성형외과나 피부과는 쏠림현상이 심하다. 더불어 일각에서 우수 인력들이 의대로 집중되면서 공학과 기초과학 등에 필요한 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결국 의사를 양성하는 노력과 함께 의사로서의 직분을 성실히 수행할 수 있는 진정한 인재가 꾸준하게 나오지 않는 이상 적정 수준의 의료인 배출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예전엔 개천에서 용이 나온다던 사법고시는 화제가 됐었다. 어렵게 공부해서 사법고시에 합격해 승승장구한다는 소설이나 영화 같은 이야기가 회자됐다. 지방의대를 졸업했지만 수도권 대형병원에서 최고의 명의로 활약한다는 뉴스도 심심찮게 있었다. 성공(?)을 통해 신분이 바뀌게 된다. 어렵게 오른 자리여서 쉽사리 내려올 수 없다. 그러면 자신의 자식들은 어렵게 살지 않게 하려고 아낌없이 투자한다. 모두 그렇다는 얘기는 아니다. 이 지경까지 내몰리게 된 게 원인은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철저한 이기주의와 함께 예전과 달리 극단화한 경제적 상황 등에서 비롯되고 있다.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 돌파구를 찾아 해결해야 할 자들의 능력도 없어 보인다. 인구절벽에 이은 인구소멸로 대한민국이 사라질 수 있다는 살벌한 미래는 미리 걱정하지 않더라도. 그때까지만 많이 아프지 말고, 적당한 나이까지만 살았으면 좋으련만…. <조상윤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