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영종의 백록담] 착한가게에 제대로 된 지원을

[현영종의 백록담] 착한가게에 제대로 된 지원을
  • 입력 : 2023. 11.13(월) 00:00
  • 현영종 기자 yjhyeon@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한라일보] 한 달여 전 경제지를 비롯한 중앙 일간지에 한 기사가 동시 게재됐다. '자장면 가격 7000원 돌파'라는 제하의 기사들이다. 자장면을 필두로 냉면·비빔밥·삼겹살 등 서민들이 즐겨 찾는 외식 메뉴들의 가격이 함께 올랐다는 내용이다.

뒷맛이 씁쓸했다. 최근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의 편린을 보는 것 같아서다. 회사 주변 중국음식점의 자장면 가격은 오래전 7000원으로 올랐다. 고기국수는 대부분 9000원을 받는다. 직장인들이 많이 찾는다는 김치·된장찌개도 비슷하다. 칼국수는 전국에서 가장 비싸다. 한 그릇당 평균 가격은 9750원으로, 가장 싼 대구와 3000원이나 차이가 난다.

개인서비스 요금도 사정은 매한가지다. 세탁비·미용요금은 전국 1~2위 수준이다. 이용·목욕요금이 그나마 저렴한 편이다. 최근엔 택시요금까지 인상이 예고되며 서민가계를 옥죄고 있다.

저렴한 가격으로 서민들의 주머니사정을 달래주는 음식점도 적잖다. 표선 성읍민속마을의 한 음식점의 팥칼국수는 한 그릇에 7000원이다. 국밥은 5000원을 받는다. 제주시내 한 분식점의 육개장·칼국수는 7000원이다. 얼마 전 가격이 1000원 올랐지만 점심시간이 시작되기도 전부터 대기 손님들로 장사진이다. 맛이 좋고 양도 푸짐해 호평이 이어진다. 표선의 한 국숫집은 멸치국수 한 그릇에 4000원을 받는다. 한 소설가가 극찬할 정도로 맛이 뛰어나다. 할머니 혼자서 운영하는 제주시내 한 음식점의 동태찌개는 아직도 7000원이다. 얼큰한 국물과 함께 양도 푸짐하다. 굳이 프랜차이즈가 아니더라도 조금만 발품을 팔면 맛과 가성비가 함께 뛰어난 음식점을 적잖이 확인할 수 있다.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지정이 취소되는 착한가게가 늘고 있다. 물가상승 압력을 견디지 못해 음식·서비스 요금을 올린 때문이다. 지난 2020년 15건, 2021년 12건에서 지난해엔 31건으로 급증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이들 착한가격 업소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나섰다. 전기요금 지원을 늘리고, 가스요금도 새롭게 지원한다. 상수도 사용료를 감면하고, 해충·위생방역과 함께 홍보도 강화하고 있다. 착한가격 업소 이용 시 지역화폐인 탐나는전으로 결제하면 10% 할인 혜택도 준다. 지원 확대를 통해 현재 239곳인 착한가격 업소를 280곳으로 늘린다는 복안이다.

최근 경영난의 원인을 제대로 살피고, 적절한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제주지역 음식점들의 경영난은 상당 부분 과당경쟁에서 기인한다. 지난 8월 말 기준 한식음식점만 1만 곳이 넘는다. 인구 67명당 1곳 꼴이다. 전국 평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임대료도 경영난을 부채질한다. 고금리와 식자재 가격 인상도 한 몫을 했다. 단순 처방만으론 난마처럼 얽힌 상황을 풀어갈 수 없다. 무엇보다 과당경쟁·임대료 상승에 대한 근원적 처방이 필요하다. 적극적인 홍보도 필수적이다. 대증요법이 아닌 근원적 해법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현영종 경제산업부국장>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6248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