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훈의 백록담] 고사리 꺾는 4월…

[김성훈의 백록담] 고사리 꺾는 4월…
  • 입력 : 2024. 04.08(월) 00:00
  • 김성훈 기자 shki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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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올해는 벚꽃이 조금 늦게 피었다. 예전같은 축제 일정을 잡았던 전국 지자체마다 주인공 없는 민망한 상황이 빚어졌다. 하필이면 공식 축제가 끝나자 화사하게 피어났다.

제주의 봄 시작을 알리는 게 벚꽃이라면 봄 자체를 즐기라는 자연의 섭리는 고사리다. 4월부터 5월 중순까지, 제주에서는 이 기간을 고사리철이라 부른다. '산에서 나는 소고기'라는 고사리, 특히 제주고사리는 크고 굵으면서도 연하고 부드러워 맛이 좋기로 유명하다. 제주고사리는 오름과 곶자왈, 들판 등 중산간 지역(해발 200~600m)에 주로 분포한다. 그래서 매년 이맘때면 중산간엔 사람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올해 벚꽃은 조금 삐걱거렸지만 고사리는 때맞춰 손짓을 하고 있다. 봄이 시작되면 도내 여행업계는 꽃구경 상품과 고사리 체험상품을 쏟아낸다. 고사리를 캐려는 제주섬 밖 사람들의 제주행을 유혹한다. 향토음식업계도 이곳, 제주에서만 맛볼 수 있는 고사리 요리를 선뵌다. 4월 제주에서만 만끽할 수 있는 멋이고 맛이다.

예전 제주사람들의 중산간 발걸음은 차례상이나 제사상에 올릴 고사리를 꺾기 위한 게 절대 목적이었다면 지금은 즐거움, 곧 재밋거리가 한몫한다. 벗과 함께 소풍처럼 들녘을 찾는 이들이 대다수다. 보물찾기처럼 고사리를 찾아 돌아다니는 그 자체의 즐거움을 만끽하려는 발걸음이다. 들녘을 찾는 목적이 이런 만큼 결과물은 나눔으로 이어진다. 딱 먹을 만큼만 소박하게, 욕심을 부려 꺾더라도 그 양은 여럿 지인에게 나눌만큼이다. 지인에 나누더라도 온갖 정성이 함께한다. 찌고 말리고, 고사리 독성을 모두 빼 곧바로 먹을수 있도록 적지 않은 수고가 담아진다. 기자의 냉장고 냉동실의 7할은 검은 봉지속 고사리다. 적어도 수년은 된 것 하며…. 모두 벗이 많은 집사람 덕분이다. "이거 언제 다 먹을래"라는 말에 "볶아먹고 지져먹고, 아랑 다 먹으쿠다, 걱정 맙서"라는 말이 돌아온다. 이같은 대화는 매년 한 글자도 다르지 않은 채 반복된다. 제주토박이들은 거의 공감하지 않을까.

'나눔'이 가득한 4월, 119에게는 긴장의 연속이다. 이른바 '길잃음사고'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이맘때 도내 신문지상엔 고사리 채취객의 안전사고 기사가 단골로 등장한다. '사망'이라는 최악으로 이어지는 길잃음사고도 없지 않다. 그래서 119는 매년 이맘때면 '안전사고 주의보'를 발령한다. 최근 5년 도내서 450여건의 길잃음사고가 발생했는데 이중 41%가 하필이면 고사리철 기간이란다.

1996년 제15대부터 매년 4월에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지고 있다. 이번 제22대도 거대 여야가 사활을 걸었다. 여야 모두 정도와 상식의 길을 잃어버렸다. 오고 가는 말들이 날이 서고 선을 넘었다. 그래서 어떤 정치평론가는 지금의 한국사회를 '정치적 내전상태'란다. 선거운동 사상 유례없는 최악의 4월로 기록될 것 같다. 그 뒷일의 걱정은 역시나 국민의 몫이 될 터다. 나라 걱정, 하필이면 4월 선거 때마다 반복된다. <김성훈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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