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나 올해부턴 힘든 마늘농사 때려치우고 양배추나 양파 쪽으로 갈아타려고 마음 굳혔네", "나도 브로콜리나 단호박 쪽으로 생각하고 있어"
마늘주산단지인 대정읍 어느 농협지점 휴게실에 모인 농가들 간 오간 대화내용이다. 대략 17~18명정도 모여 있는데 그중 12명에 가까운 농가가 마늘 대신 다른 작목으로 전환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고질적인 일손 부족에다 인건비 상승, 여기에 '벌마늘' 피해까지 더해지자 그간 망설였던 작목 전환을 결심하는 것 같다.
'벌마늘'은 잦은 강우와 높은 기온, 일조량 부족에서 오는 이상기후로 마늘쪽에서 다시 싹이 돋아 벌어지는 2차 성장 피해를 본 마늘을 말한다. 통상 6~9 정도의 쪽이어야 하는데 12~15개 쪽 등 필요 이상으로 벌어지는 현상을 나타낸다.
이런 현상은 예년 '벌마늘' 발생률 5%를 훨씬 뛰어넘는 57.8%(제주도농업기술원 조사)로 나타나 평년 발생률의 10배가 넘는 수치로 이는 곧 상품성 하락과 생산량 감소로 귀결이 되기도 한다. 먹거나 다지는 데는 지장이 없지만 상품성이 크게 떨어져 헐값에 팔리는 게 바로 '벌마늘'이다. 상품 ㎏당 3800원, 하품(벌마늘 포함) ㎏당 2400원 하는 수매가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상품 마늘과의 가격차이는 현저히 크다. 여기에 또 다른 농가의 하소연도 더 했다.
2만㎡에 가까운 마늘농사를 짖고 있는 이 농가는 농지 임차료를 포함하면 3.3㎡당 1만6000원이 넘을 것 같은데 막상 수매정산을 해보니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하면서 양배추 등 양채류쪽으로 전환할 것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이 대목에서 걱정되는 부분은 오래전부터 필자가 주장해왔던 월동채소류 균형추 역할을 마늘이 제대로 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1990년대 중후반에 걸쳐 대정, 안덕, 한경지역을 중심으로 재배하기 시작한 마늘은 비교적 높은 수취가에 힘입어 그 재배면적을 넓혀가면서 이 지역 특화작목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를 기점으로 성산, 구좌 등 동부지역은 당근과 월동무를, 한림과 애월지역은 양배추와 브로콜리를 비롯한 양채류가 그 지역에 특화된 밭작물로 월동채소류 재배지도를 그릴 수가 있었다.
제주도에서 필지당 경지면적이 가장 큰 대정과 안덕지역에서 앞서 다뤘던 농가들 푸념처럼 마늘이 아닌 양채류로 작목전환을 했을 때 양배추를 비롯한 월동채소류의 과잉생산을 불러오게 되고 급기야는 산지폐기라는 아픔까지도 감수해야 하는 게 작금의 현실이기도 하다.
이래저래 마늘농가는 어렵고 힘들다. 그간 중심이 섰던 1세대 마늘농가들도 이제 고령층에 속해 일손이 더딜 뿐만 아니라 인부들 인건비도 하늘 높은 줄 모르게 오르고 있다. 더구나, 이상기후로 인한 '벌마늘'피해는 이들에게 주는 데미지는 크고 또 아프다. 지자체가 이상기후 등 현실적인 재난 지원책 강구로 어렵고 힘든 마늘농가들의 상처 난 마음을 다독여 주었으면 한다. <김윤우 무릉외갓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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