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영종의 백록담] 하인리히 법칙과 제주관광

[현영종의 백록담] 하인리히 법칙과 제주관광
  • 입력 : 2024. 08.05(월) 00:30
  • 현영종 기자 yjhyeo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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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1920년대 미국의 여행 보험회사 관리자였던 허버트 윌리엄 하인리히(Herbert William Heinrich)는 흥미로운 법칙 하나를 발견했다. 7만5000여건에 이르는 산업재해를 분석한 결과다. 그는 1931년 저서 '산업재해예방'을 통해 그 유명한 '하인리히 법칙'을 발표했다.

'1:29:300 법칙'이라고도 불리우는 이 법칙은 큰 재해가 발생했다면 그 전에 같은 원인으로 29번의 작은 재해가 있었고, 또 운 좋게 재해는 피했지만 같은 원인으로 부상을 당할 뻔한 사건이 300번 가량 있었을 것이라고 웅변한다. 하인리히 법칙은 어떤 상황에서든 문제되는 현상·오류를 초기에 발견해 신속히 대처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동시에 이를 지연 또는 회피할 경우 큰 재해로 비화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

기업의 비즈니스에서도 이 법칙은 유용하다. 1997년 우리나라를 덮쳤던 IMF발 국가부도 사태에도 적용할 수 있다. 사태 발생 전 기업들의 무리한 대출과 해외 금융시장 불안정, 정경유착, 금융 부실, 부패 관행 등 크고 작은 경고가 잇따랐다. 당시 김영삼 정권 아래서 주도권을 잡았던 노장 교수와 경제관료들의 외면으로 조기 진화의 기회를 날렸다. 그 결과는 혹독했고도 참담했다.

하인리히 법칙은 현대로 접어들면서 더욱 위력을 발한다. 인터넷의 보편화로 잠재적인 고객, 소비자들의 파급력이 커졌기 때문이다. 미국의 제너럴시스템은 현대 소비자들의 특성을 "소비자들은 어떤 제품·서비스에 만족할 경우 6명에게 알린다. 반면 불만족스러울 경우엔 22명에게 이 사실을 전파한다"고 함축해 설명한다. 인터넷·무선통신으로 무장한 현대의 소비자들은 기업의 사소한 실수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자칫 방관하다가는 자판을 통해 순식간에 전국, 전 세계로 전파된다.

제주관광 곳곳에서 경고음이 들려 온다. '비계삼겹살'을 시작으로 최근엔 '용두암 좌판 해산물 바가지 요금' '해수욕장 평상 갑질'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적잖은 소비자들이 연이어 제주관광의 고비용·불친절·바가지 행태를 질타한다. 일부 언론은 침소봉대하면서 이를 중계한다. 일부의 일탈, 편파적 시각으로만 치부할 수 없는 지경이다.

당국·업계의 대응은 너무 안일하다. 제주관광을 대혁신한다면서 불편신고센터를 개설, 운영에 나섰다. 여행객들의 불편사항을 원스톱으로 접수해 신속히 처리하겠단다. 제주관광 이미지 리브랜딩 전담팀도 가동에 들어 갔다. 지난 6월엔 제주자치도가 주축이 돼 서울 강남에서 '제주와의 약속 대국민 선포식'을 갖기도 했다.

대증요법·사후약방문격의 처방은 되레 병을 키울 뿐이다. 일대 혁신 없이는 '관광 1번지' 제주의 위상을 지켜낼 수 없다. 현상과 원인을 냉철하게 진단하고, 근원적인 해결책을 찾아가야 한다. 자칫 안일하게 바라보거나 허송세월하다간 혹독하고 참담한 결말을 피할 수 없다. 튼실하고 미래지향적인 제주관광을 구축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하인리히가 오늘의 제주관광에 주는 교훈이다. <현영종 행정사회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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