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우의 한라칼럼] 어? 이러면 안되는데…

[김윤우의 한라칼럼] 어? 이러면 안되는데…
  • 입력 : 2024. 08.13(화) 01:30
  • 송문혁 기자 smhg1218@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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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가을의 길목에 접어들었다는 입추가 지나고 여름이 말미에 다다랐다는 말복이 내일인데도 이놈의 무더위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기승을 부리고 있다.

대정읍을 포함한 서귀포지역은 열대야로 잠 못 이루는 날이 30일째 이어지고 있다.

열대야는 전날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최저기온이 25℃이하로 떨어지지 않는 현상을 일컫는 말인데 이대로 가다가는 2013년 열대야 최대지속일수 기록을 깨는 게 아닐까 하는 걱정이 크다.



이런 폭염 속에서도 마늘농가들은 이달 말이나 다음날 초순에 파종할 마늘종자 손질에 여념이 없다.

창고나 천막아래서 큰 선풍기 한두 대 틀어놓고 이웃끼리 수눌음 하며 썩은 씨앗이나 불량종자를 선별하고 이처럼 선별된 종자는 별도 소독절차를 거쳐 파종기까지 소중하게 보관하게 된다.



예년 같으면 집집마다 펼쳐졌던 이런 광경이 올해 들어서는 심하다 할 정도로 드물게 보인다.

한두 집 건너도 아니고 서너 집 건너야 비로소 마늘종자를 손질하는 농가를 만날 수 있었다.

손질하는 농가가 적고 마늘종자 또한 적다는 것은 그만큼 마늘파종면적도 줄어든다는 뜻이다.



어렵사리 몇몇 농가를 섭외하여 이런 현상에 대한 원인을 물었더니 대부분 답이 비슷하다.

우선, 고질적인 일손부족에다 인건비 상승이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다른 작목에 비해 재배기간이 길뿐만 아니라 파종에서 수확까지 대부분 인력으로 작업을 해야 하는 노동집약적 작목이라는 것이고

세 번째는 올해산 벌마늘로 인해 상당히 큰 피해를 입은 트라우마가 여전하다는 것이다.



결국 마늘재배면적 감소는 양배추 등 양채류 재배면적 증가로 이어질 것이다.

이는 마늘재배농가 인구고령화와 인력난 그리고 가파르게 상승하는 인건비가 주된 이유가 되겠지만 마늘에 비해 재배기간이 짧고 일손도 적게 드는 양채류 쪽으로 관심이 쏠리기 때문이다.

특히, 출하시기 기후(2~3일 비 온 후 맑음)덕으로 시장가격이 고공행진을 했던 올해산 조생양파 쪽으로도 작목전환을 많이 할 것이라는 예상도 뒤따른다.



농가들 스스로 필요에 의해서 작목전환을 하겠다는 것을 탓하려 하는 게 아니다.

다만 이런 추세가 계속될 경우 필자가 오래전부터 주장해 왔던 마늘이 갖고 있는 월동채소류 균형추 역할이 미미하거나 무너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매번 강조하는 것 같지만 필지당 경지면적이 다른 읍, 면에 비해 넓고 큰 대정읍이나 안덕면 일부농가가 재배가 손쉬운 양채류 재배를 통해 얻어지는 소득이 마늘의 그것보다 크다는 것을 증명했고 이를 지켜보던 다른 농가들도 마늘이 아닌 다른 작목으로 전환을 고민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러다 보니 양배추를 비롯한 월동채소류의 과잉생산을 불러왔고 급기야 산지폐기라는 아픔까지도 감수하여야 하는 이런 사태를 거의 매년 되풀이해왔던 게 작금의 현실이다.



이렇듯 양배추, 월동무, 양파 등 월동채소류의 안정적인 생산을 위해서라도 오래전부터 균형추 역할을 해왔던 마늘에 대한 특별한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물론 '채소수급안정사업'이나 '제주농산물 가격안정관리제도'가 있기는 하나 월동채소류의 균형추 역할을 하고 있는 마늘농가들 입장에서는 마땅지가 않다.



일부 마늘농가들이 주장하고 있는 월동채소류 산지폐기 예산을 마늘재배장려금(가칭)으로 활용하여 마늘시장 희망가격과 농가 희망가격이 반영된 산지계약단가와의 간극을 좁혀 나감으로써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마늘농사가 가능하도록 하는 시스템 구축을 희망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적정규모의 마늘재배면적이 자리를 잡을 때 비로소 마늘이 월동채소류의 균형추 역할을 하게 되고 이는 곧 월동채소류 등 다른 작목과의 상생과 공생이 가능해지리라고 본다. <김윤우 무릉외갓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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