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구철의 월요논단] 스포츠 행정, 시대정신에 맞게 전환돼야

[정구철의 월요논단] 스포츠 행정, 시대정신에 맞게 전환돼야
  • 입력 : 2024. 12.16(월) 02:00
  • 고성현 기자 kss0817@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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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지난 파리 올림픽 이후, 배드민턴 안세영 선수로부터 비롯돼 국민들 앞에 적나라하게 노출된 배드민턴 협회의 강압적이고 일방적인 행정 집행이 국민적 반감을 샀고, 덩달아 다른 협회들의 불합리한 행정 운영실태들이 드러나며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이번에 촉발된 부당한 스포츠 행정집행이 사회에 알려지며 안 선수와 동세대인 MZ세대와 스포츠팬들을 비롯한 스포츠 동호인들의 분노를 사게 된 것이다. 안 선수의 저항으로 배드민턴 협회만이 아닌 대한민국 스포츠 행정을 주도하고 있는 대한체육회와 대한축구협회, 빙상협회 등 여러 단체들까지 전면적인 개혁을 요구받고 있다.

이에 반해 MZ세대 선수들을 잘 이해하고 매우 공정한 일처리를 하고 있는 스포츠 단체인 양궁협회나 탁구협회 등은 국민적 칭송을 받고 있는데, 이유는 합리적이고 납득 가능한 일처리 때문일 것이다. 즉 시대정신에 맞는 협회 운영을 하고 있는 단체들은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으나 반대로 모든 행정을 관례라고 치부하며 일방적인 권위와 강압으로 복마전 속에서 짬짬이로 협회를 운영해 온 단체들은 그 실상이 속속 밝혀지며 국민 욕받이가 되고 있는 형국이다.

가장 규칙을 준수해야 할 스포츠 현장에서 온갖 비인격적이고 부정하며 낯 뜨거운 사건들이 비일 비재하게 발생하고, 잠시 주춤했다가 발생하기를 반복하고 있다. 이는 문제의 중심에 있는 당사자들에 대한 일벌백계에 인색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대충 덮고 가지 말고 용기 있게 고발한 어린 선수의 몸부림이 한국 스포츠계에 대변혁을 가져오는 나비의 날갯짓이 되길 기대한다.

그러나 전해지는 소식들에 따르면 당사자나 협회들은 여전히 변화의 조짐이 없고 여론이 잠잠해 지기만을 기다리는 듯하다. 그동안 우리나라 스포츠 행정은 관례라는 명분으로 일방적인 문화가 자리잡았다. 회장을 정점으로한 상명하복의 질서 아래 강압적이고 독선적이어서, 거슬리는 의견이나 정당한 요청은 묵살되고 상부의 명령은 불가항력적으로 수용돼야 하는 정서가 관습으로 굳어졌다. 따라서 내부로부터의 변화는 어려운 구조다.그러나 지금은 스포츠 행정 대상인 선수들이 MZ세대에 속한다. 그들은 개인주의가 강하고 인터넷에 능통하며 자기주장을 다양한 방법으로 외부와 소통함이 자연스러운 우리 사회의 가장 역동적인 세대이다. MZ세대를 관습적으로 다루려 해서는 스포츠 발전을 저해할 뿐 아니라 심각한 저항에 부딪치게 될 것이다.

스포츠는 시대정신을 대변하는 사회문화이기도 하다. 이제는 대한민국 스포츠 행정을 비롯한 우리 사회의 모든 분야도 시대정신에 맞게 운영돼야 한다. 건강한 사회는 내부로부터의 역동적 변화를 잘 수용함에서 비롯된다. 이미 문제가 되고 있는 스포츠 단체 수장들이나 측근들은 그동안의 수고를 인정해 줄 때 과감히 다음세대에 이양해 원로의 자리로 물러서는 아름다운 용단을 기대한다. <정구철 제주국제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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