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마니아]백록기우회 양광수씨

[우리는 마니아]백록기우회 양광수씨
“반상의 매력에 푹 빠져요”
  • 입력 : 2005. 06.03(금) 00:00
  • /김기현기자 ghkim@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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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록기우회 양광수씨는 바둑의 매력에 푹 빠져있다. 아마 5단이라는 실력이 말해주듯 양씨의 바둑사랑은 둘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 그 인연으로 현재 기원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김명선기자mskim@hallailbo.co.kr

흔히 바둑은 수담(手談)으로 불린다. 바둑에는 반드시 상대가 존재하며, 수를 통해 상대의 마음을 읽고 상대의 승부 호흡을 느끼며 여기에 적절히 반응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바둑은 눈앞의 상대를 전혀 의식하지 않는 반전무인(盤前無人)의 자세로 무아의 경지를 추구한다. 승부의 세계에서 상대를 의식하는 순간 사(邪)가 끼어들며, 거기에다 강자에겐 두려움을 느끼고 약자 앞에서는 교만해져 가는 자신을 극복하기 위해서다.

 오랜 세월 우리와 함께 해 온 바둑의 인기비결은 이렇듯 바둑을 통해 지면서도 이긴다든지 아니면 때로는 자신을 버릴 줄 아는 진정한 용기를 주고, 가끔은 목표를 향해 지름길이 아닌 돌아가는 삶의 지혜를 배울 수 있다는 점 등을 반상(盤上) 곳곳에서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현재 우리나라 바둑은 세계 최강으로 불린다. 조훈현 9단, 이창호 9단, 유창혁 9단, 이세돌 9단과 더불어 최근 최철한 박영훈 등 신예기사들의 약진이 돋보이고 있는데다 많은 애호가들이 바둑을 즐기고 있다.

 제주지역에도 40여개의 기원을 중심으로 애호가들이 바둑을 즐기는가 하면 최근 인터넷을 활용한 바둑인구는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그 가운데에 어릴 적부터 부친 양창국씨(82)가 바둑두는 모습을 어깨너머로 지켜보며 흥미를 느끼기 시작해 결혼이후에도 바둑을 ‘애인’삼아 낮밤을 보내는 양광수(47·탐라기원 대표)씨가 있다. ‘부전자전’이란 말이 있듯 아버지를 닮아 무조건 바둑이 좋다는 양씨는 현재 제주에서도 몇 안되는 아마 5단의 실력을 갖추고 있다.

 한때 17년동안 은행원 생활도 했던 그는 지금 이 세상 누구보다 가장 행복한 사람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바둑을 맘껏 둘 수 있는데다 2년여전 생업의 일환으로 문을 연 기원이 예상보다 성업(?)중이기 때문이다.

 그가 지난 88년 가입한 백록기우회(회장 신명규) 역시 20여년의 창립역사가 반증하듯 매월 회원간 정기바둑대회, 프로기사 초청대국, 여름바둑캠프 운영, 백록배 전도아마바둑대회 개최 등 활발한 대내외 행사를 열거나 참가할 정도로 ‘바둑사랑 열기’가 후끈하다.

 양씨는 바둑 초보자들에게 “혼자 열심히 두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기우회에 가입해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자주 대국기회를 갖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흔히들 “바둑은 모양이다.”라는 말을 전문기사들이 잘 쓴다. 그 깊은 뜻은 몰라도 아마추어들의 눈에도 모양 사납게 두어진 바둑은 승패를 떠나 꼴불견이라서 그런 모양이다. 좋은 모양은 많은 경우에 그 실질까지 지배하는 경험은 일상사에서도 흔히 나타나질 않던가.

 올 여름 무더위를 당신은 무엇으로 극복하려는가. 반전무인의 자세로 바둑과 함께 더위와 맞서 전력투구해 나간다면 ‘더위야! 물럿거라’는 남의 얘기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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