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를 세계유산으로(31)/제2부 일본의 교훈] 6.시레토코의 민·관협력

[제주를 세계유산으로(31)/제2부 일본의 교훈] 6.시레토코의 민·관협력
냉담했던 주민들도 적극 협력…등재 ‘일등공신’
  • 입력 : 2006. 06.07(수) 00:00
  • /강시영기자 sykang@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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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최북단 섬 홋카이도(北海道)의 동북쪽으로 삐죽이 튀어나온 일본의 마지막 비경. 오호츠크해와 네무로해협 사이에 자리잡은 이곳은 희귀한 야생동물과 다양한 식물, 겨울의 유빙 등 아직도 옛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채 고요히 숨쉬고 있다. 유네스코는 이 곳 시레토코를 세계자연유산의 반열에 올려 놓았다./사진=시레토코 제공

10여년전부터 세계유산 등재위한 체계적 조사

유네스코 고위관계자들 잇따라 초청 자문받아

의회 ‘시레토코 선언’… 주민들 홈페이지 홍보

인류유산 보존 전기…국내·외 관광객도 급증


 홋카이도의 시레토코반도의 세계자연유산 등재 과정을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많다. 시레토코를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된 것은 1993년. 이 때 시레토코반도내 마을인 샤리쵸가 중심이 돼 자연유산에 관한 조사가 시작된다. 이듬해인 1994년엔 시레토코의 두 지역 샤리쵸와 라우스쵸가 세계유산 등록에 대한 공동 검토가 이루어진다.

 96년에는 샤리쵸 제4차 종합계획에 세계유산 등록계획을 명시했으며 이 때 ‘동아시아국립공원자연보호지역회의’에 초청·참석했던 국제자연보존연맹(IUCN) 세계자연유산위원회 부위원장으로부터 자문을 받게 된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한 과정에서 연계되어 있는 기구는 세계유산의 등재여부를 최종 결정짓는 세계유산위원회가 있으며 이러한 결정을 짓도록 자문역할을 하는 기구중에 하나가 IUCN이다. IUCN은 세계유산 중에서도 자연유산 등재 여부를 자문하는 핵심기구이다.

 시레토코가 자연유산 등재되기 약 10년전부터 IUCN의 핵심 관계자들을 초청해 자문을 받기 시작했다는 점은 특히 주목할만 하다.

 시레토코의 노력에는 더욱 박차가 가해진다. 시레토코형 국민신탁운동으로 일컫는 ‘시레토코 100㎡운동’ 20주년이 되는 97년에 국제심포지엄이 열렸는데 이때 세계유산위원회 부위원장이 초대돼 유산후보지를 시찰했으며 등록에 대한 자문을 받았다.

 98년도 부터는 국내·외에 시레토코의 세계적 가치를 알리기 위한 배포용 영문병기 자료집, 주민 설명용 자료집, 영상자료 등 다양한 홍보물을 제작 배포했다.

 이듬해인 99년에는 샤리초와 라우스쵸 두 지역 대표가 환경청, 임야청, 홋카이도 도지사에 시레토코세계유산 등록추진을 바라는 건의서를 제출하기에 이른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주도가 아닌 세계유산지구의 작은 자치기구가 중심이 됐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이로부터 관계단체와 주민을 상대로 설명회가 최종 세계유산 등재가 확정될 때까지 무려 39회나 계속됐다. 초기에는 냉담했던 주민들이 설명회를 요청하고 자발적으로 집회가 열렸다. 관련 환경단체 등이 중심이 된 세계유산등록추진협의회가 결성되기에 이르렀다.

 2004년도에는 현지 지방의회가 ‘시레토코는 인류공영의 재산으로 이것 만큼은 반드시 지키고 가꾼다’는 내용의 시레토코를 지키고 가꾸기 위한 선언을 제정한다.

 2005년 7월 14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더반에서 열린 제29회 세계유산위원회 총회에서 유네스코는 아시아의 ‘시레토코’를 주목했다.

 일본 최북단 섬 홋카이도(北海道)의 동북쪽으로 삐죽이 튀어나온 일본의 마지막 비경. 오호츠크해와 네무로해협 사이에 자리잡은 이곳은 희귀한 야생동물과 다양한 식물, 겨울의 유빙 등 아직도 옛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채 고요히 숨쉬고 있다. 유네스코는 이 곳 시레토코를 세계자연유산의 반열에 올려 놓았다.

 시레토코의 쾌거는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경험하지 못한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보여준다. 그것은 정부와 제주도, 환경단체, 제주도민의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시레토코의 동물들

 시레토코의 현지 관리들은 주민들이 직접 홈페이지를 만들어 열성적으로 세계유산 등재를 홍보했다고 한다. 유네스코에 세계자연유산 등재신청서를 제출한 이후 현지 주민들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반대’ 의견은 불과 2.1%에 불과했다.

 시레토코가 세계유산에 등재된 핵심 이유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현지 관계자는 “지속적인 자연보호활동 이외에 지역주민들의 반대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홋카이도에서도 대표적 관광지인 시레토코는 세계유산 등재 이후 관광객이 무려 16.8%나 늘었다고 현지 신문이 전하고 있다. 2004년 1백5만명의 관광객이 1백20만명으로 늘었다고 한다. 증가한 관광객의 절대 다수는 외국인이다.

 시레토코의 고민은 불어나는 관광객을 적절히 조절하는 것이라고 현지 관리가 전했다. 일본은 시레토코 외에도 후속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위해 치밀하게 준비하고 있다.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추진중인 제주는 이 시기를 놓치면 어쩌면 그 기회가 다시 찾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절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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