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자연유산 등재 10년](6)해외 세계자연유산 관리 시스템 (상)일본

[세계자연유산 등재 10년](6)해외 세계자연유산 관리 시스템 (상)일본
야쿠시마·시라카미 산치·시레토코 등 자연유산 3곳 보유
  • 입력 : 2017. 07.26(수) 00:00
  • 강시영 기자 syka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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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열도에 고루 분포… 주민·지자체·정부 협력
환경재단서 보전관리·활용 체계화… 기부도 활발
특산물직판장·숙박·관광안내센터 등 위탁사례도


세 곳의 세계자연유산을 둔 일본의 사례는 주목할 만 하다. 남단 야쿠시마, 동북지역 시라카미 산지, 그리고 북단 홋카이도의 시레토코반도가 일본이 자랑하는 세계자연유산이다. 일본의 세계자연유산지구는 등재 이전과 이후 주민과 지자체, 정부의 지원과 협력 속에 보존관리되고 있으며 지역의 소득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한라일보는 그동안 수차에 걸쳐 일본 세계자연유산 3곳을 모두 현장 취재했다.

▶야쿠시마=하늘에서 내려다 본 섬은 '숲의 나라'다. 해안가를 따라 자리한 마을을 제외하곤 온전히 짙은 초록빛으로 넘실댄다. 야쿠시마는 일본 가고시마현에서 남쪽으로 60km 떨어져 있는 섬이다. 면적은 제주도의 4분의 1(500㎢) 수준이다. 인구는 1만명을 갓 넘지만 이곳에는 매년 20만~30만명이 발걸음하고 있다.

일본의 세계자연유산 야쿠시마의 해발 1230m의 고지에 위치한 기겐스기는 3000년 전부터 그 자리를 지킨 것으로 추정된다. 그 앞에 서 보면 인간의 삶은 순식간에 흩어질 것처럼 덧없이 느껴진다

야쿠시마는 일본 열도의 '축소판'이라 할 만하다. 해안지역에는 오키나와처럼 아열대 기후가, 산간지역에는 삿포로처럼 아한대 기후가 나타난다. 산간에 눈이 쌓이는 겨울에도 해안가에는 하비스쿠스라는 열대성 식물이 꽃을 피운다. 섬 곳곳에 우뚝 솟은 산이 만들어낸 독특한 기후와 식생이다. 섬 중심부에는 한라산(1950m) 높이와 맞먹는 미야노우라다케(1936m)가 솟아 있다. 규슈 지방의 최고봉이다. 그 주변으로는 나가타다케, 오키나다케 등 1800m 이상의 산봉우리가 버티고 섰다. 1000m 이상 높이의 산만 해도 40여개가 넘는다. '해상의 알프스'라고 불리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야쿠시마는 전체 면적의 90%가 숲으로 이뤄져 있다. 이곳의 상징인 삼나무 군락지는 천년 단위로 제 모습을 바꿔왔다. 그 안에서 수 천년 이상을 살아낸 삼나무는 웅장함을 넘어 경외감까지 불러일으킨다. 그래서일까. 이곳 사람들은 1000년 이상을 살아낸 삼나무를 '야쿠스기(야쿠시마의 삼나무)'라고 부르며 신성히 여긴다. 나무마다 저마다의 별칭을 붙여주기도 한다. 조몬스기(繩文衫)와 기겐스기(紀元杉) 등이 대표적이다. 수령이 최대 7200년으로 추정되는 조몬스기는 여태까지 발견된 삼나무 중 가장 오래됐다. 해발 1230m의 고지에 위치한 기겐스기는 3000년 전부터 그 자리를 지킨 것으로 추정된다. 그 앞에 서면 인간의 삶은 순식간에 흩어질 것처럼 덧없이 느껴진다.

야쿠시마가 자연을 체계적으로 보전·관리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은 오래지 않았다. 17세기 에도시대부터 이어진 벌목은 일본의 고도 성장기인 1960년대에 절정에 달했고, 수천년을 살아온 야쿠스기(야쿠시마 삼나무)도 힘 없이 베어졌다. 사람들은 벌목을 중단하고 야쿠시마의 산림을 지키는 일에 힘을 쏟았다. 벌목의 아픔을 딛고 일어선 야쿠시마는 이제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말한다.

야쿠시마의 자연을 지탱하는 힘은 지속적인 조사와 연구다. 1996년에 세워진 세계자연유산센터가 중심이 돼 대학 등 연구기관과 연계하면서 효과적인 관리 방안을 도출해 내고 있다. 자연보전의 가치를 공유하기 위한 학습도 활발하다. 야쿠시마환경문화재단이 운영하는 환경문화촌센터에선 연중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지역주민은 물론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강의와 체험활동, 탐방 등을 통해 야쿠시마의 자연과 문화를 이해하도록 했다. 해마다 5000명 정도가 이곳에서 자연 보전의 가치를 공유하고 돌아간다. 환경보호 활동가와 연구자들에게는 서로의 의견을 교환하는 교류의 장이기도 하다.

야쿠시마의 자연은 단단한 협력 체계 속에서 보호되고 있다. 야쿠시마환경문화재단은 '팬클럽 제도' 등을 통해 기부문화를 활성화하면서 개인과 기업 등의 동참을 이끌어 낸다. 이렇게 모인 기부금은 야쿠시마의 자연을 보전하기 위한 각종 사업을 추진하는데 쓰인다. 자연과 공존하는 지역사회를 만드는 일은 행정의 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아오모리 시라카미 산치=아오모리현 시라카미 산치(Shirakami Mountains, 白神山地)는 너도밤나무 산지이면서 원시림을 자랑하는 세계자연유산지구다. 제주와 아오모리는 세계자연유산지구라는 동질성에 이끌려 자매결연한 이후 우호협력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한라일보사와 아오모리현의 유력 일간지 토오일보(東奧日報)사는 기사교류를 확대하고 있다. 토오일보 취재진과 파워블로거들이 최근 제주 거문오름국제트레킹과 세계자연유산지구를 찾아 특집 보도하기도 했다. 두 지역간 교류와 협력은 도쿄, 오사카, 후쿠오카 등 일본 중남부에 머무르던 교류를 북부로 확대하는 상징성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일본 동북부 아오모리현에 있는 세계자연유산지구 시라카미 산치의 안몬폭포.

시라카미 산치는 아오모리(靑森) 현의 남서부, 아키타(秋田) 현의 북동부 등 두 개의 현 13만ha에 이르는 산악지대의 총칭. 세계유산위원회는 1993년 12월 이곳을 세계자연유산 반열에 올렸다.

시라카미 산치는 주민 주도의 보호와 활용사례가 돋보인다. 그 사례를 '시라카미공사(公社)'에서 엿볼 수 있다. 시라카미공사는 시라카미 산치의 최일선 자치조직인 니시메야(西目屋)가 세계자연유산 등재 1년 후인 지난 1994년 10월 1000만엔을 전액 출자해 설립한 재단법인이다. 이 공사는 아오모리현·히로사키시의 지원시설인 대중온천욕장과 숙박시설, 특산물직판장, 체험농업, 관광안내센터 등을 위탁운영하는 형태로, 주민주도로 운영되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직판장의 경우 지역특산물의 약 80%가 공사를 통해 출하되고 있다. 시라카미공사는 시라카미 산치가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이후 주민주도로 유산지구를 경제적으로 효과를 극대화시키려는 사례다.

▶홋카이도 시레토코=홋카이도의 시레토코는 일본의 마지막 비경이라고 불린다. 홋카이도의 선주민족인 옛 아이누 사람들이 '대지가 끝나는 곳'이라는 뜻으로 시레토코라 했다. 오호츠크해와 맞닿은 단애 절벽이 이어지는 해안과 천연 숲, 호수, 초원, 야생동물, 유빙 등이 한데 어우러진 특이한 생태계가 세계자연유산으로 높이 평가됐다.

일본 최북단 홋카이도에 있는 시레토코 세계자연유산지구.

시레토코는 다양한 먹거리와 경관 외에도 대자연을 즐길 수 있는 체험관광 등 다양한 이벤트가 방문객들을 유혹한다. 연어와 송어들이 산란을 위해 강과 하천을 거슬러 올라가는 이색 풍경을 활용, 매년 9~11월에 '연어·송어 자연산란 관찰회'가 마련된다. 시레토코 반야마쯔리는 어부가 직송하는 신선한 해산물을 숯불로 구워먹는 축제로, 시레토코의 먹거리를 즐길 수 있다. '오로라 판타지'는 시레토코의 밤하늘을 레이저 광선으로 오로라 칼라 빛으로 물들이는 환상적인 이벤트로, 매년 2월초부터 한달여간 계속된다. 성산일출봉 야간관광의 아이디어도 시레토코의 '오로라 판타지'에서 비롯됐다. 시레토코의 유빙걷기도 이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묘미다. 시레토코의 관광은 자연환경을 철저히 지켜나가면서 지역의 명물과 먹거리를 제공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시레토코가 준비된 유산이라는 사실은 '1인당 100㎡ 갖기 운동'과 기부운동에 이은 시레토코재단 설립·운영사례에서 돋보인다. '1인당 100㎡ 갖기운동'은 일본판 내셔널트러스트 사례 중에서도 첫 손가락에 꼽는다. 이 운동에는 4만9000여명이 참가했으며 기부액도 5억2000만엔에 달했다. 이 기부금으로 취득한 토지는 459ha에 이르렀으며 주민들이 보호하려던 땅의 98% 가량을 사들일 수 있었다고 한다.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시레토코재단이다. '1인당 100㎡ 갖기운동과 8000엔 기부운동'은 시레토코재단을 발족시키는 기폭제가 됐다. 1988년에 설립된 시레토코재단은 지역 관할 지자체인 샤리초가 3000만엔을 출자해 만든 법인이다. 세계자연유산 등재 이듬해인 2006년에는 인근 지자체인 라우스초(羅臼町)도 출자에 가세함으로써 재단의 위상과 역할도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이 재단의 20여명 중 행정기관에서 파견한 공무원은 극소수이며 나머지는 전문인력이다. 시레토코의 자연해설, 조사연구, 교육연수는 물론 국립공원 관리프로그램, 삼림재생, 환경성의 위탁사업에 이르기까지 시레토코 세계자연유산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고 있다. 시레토코재단도 일본 전국 각지에서 답지한 종신·개인·단체 회원들의 기부금이 재단 운영에 활력소가 되고 있음은 물론 버팀목이 되고 있다. 강시영 선임기자·김지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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