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교육감을 원한다](1)"사랑하고 헌신하라"

[이런 교육감을 원한다](1)"사랑하고 헌신하라"
  • 입력 : 2007. 12.06(목)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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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는 반드시 사교육 광풍으로부터 자유롭게 키우리라' 다짐하던 한 여성이 있었다. 결혼 전의 그녀는 앞으로 낳게 될 자신의 아이가 맨발로 흙을 밟고, 나무 사이를 뛰어다니며 고운 심성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랐다.

그러나 결혼을 하고 일을 하며 아이를 낳아 기르는 과정은, 예전의 다짐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깨닫는 과정이었다. 큰 아이가 초등학교 4학년이 되던 무렵,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학원에서 녹초가 되어 돌아온 아들이 눈 앞에 있었다.

교육 문제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공교육의 약화와 그에 따른 사교육 광풍이다. 학교폭력 또한 심각한 교육문제로서 거론된다. 학교와 학원에서 끊임없이 이어지는 크고 작은 경쟁들, 맞벌이로 바빠 아이의 지친 마음을 안아주기 힘든 부모…. 아이들에게 유일한 낙이 컴퓨터 게임이 된 것은 결코 이상한 일이 못된다. 맨 처음 주민직선으로 치러지는 13대 교육감 선거를 걱정스럽게 바라보게 되는 것은 이런 이유들에서다.

학교교육이 장기적으로 견지해 나가야 할 태도가 어떤 것인지, 공교육을 활성화하고 학교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아이들을 어떤 마음으로 안아줄 것인지에 대한 담론은 사라졌다. 그 담론이 사라진 자리에 정치판의 그것과 다르지 않은 비난과 비방, 구체적 실천방안 없는 공약들이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또 교육 서비스를 이야기하기 위해 선행돼야 할 '고객(학생)과 학부모의 요구(Needs)'에 진심으로 귀를 기울이고 있는지 후보들에게 묻고 싶다. 교육이 기득권만의 성역이 아니라 학부모들의 열린 참여 공간으로 거듭나기 위한 방안은 어느 정도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학생과 학부모들이 바라는 학교교육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학부모들은 학교가 '내 아이 마음 놓고 맡길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랄 뿐이다.

그러나 이 간단한 소망에는 수많은 함의가 담겨 있다. 폭력이 사라지고 인정과 사랑이 넘치는 공간, 소모적인 경쟁이 무의미해지고 아이의 실력과 재능을 가꿔줄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라는 것이다. 이 모든 소망들의 전제가 '아이에 대한 사랑, 학생에 대한 헌신'이라는 점을 기억한다면, 그리고 실천해 나간다면, 학교라는 곳도 신나는 공간이 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

<김아현/제주참여환경연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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