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代를잇는사람들](7)'제주아침' 김병선·희진·정훈씨

[代를잇는사람들](7)'제주아침' 김병선·희진·정훈씨
아들·딸로 이어지는 두부사랑
  • 입력 : 2008. 03.01(토) 00:00
  • 이현숙 기자 hslee@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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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아버지 김병선· 딸 희진씨(왼쪽부터)가 제주산 콩과 청정 1급 해수로 만든 '제주아침'두부를 자랑스럽게 소개하고 있다. /사진=강경민기자

30여년간 청정 해수로 두부 만들어
"아들·딸이 함께하니 무엇보다 든든"


어린시절 동네엔 두부공장이 있었다. 두부를 사러 간 엄마를 찾으러 갔던 기억은 흐릿하지만 그때 엄마가 들고 나왔던 뜨끈한 두부의 구수하면서도 비릿한 향취는 여전히 생생하다.

30대를 넘긴 이들이라면 두부에 대한 추억을 하나쯤 갖고 있을 것이다. 한동안 '싸구려 반찬'으로 치부되던 두부가 얼마전부터 웰빙바람으로 다시 각광을 받고 있다. 두부는 그대로인데 사람들의 마음이 이렇게 간사하다.

두부처럼 그 모습 그대로 제주의 이름을 걸고 30여년동안 청정 해수로 두부를 만들어온 이가 있다. 김병선씨(62·(주)제주아침 대표)가 주인공이다. 국내 동일분야에서 세번째로 HACCP(식품위해요소 중점관리기준) 인증을 받을 정도로 전국에서 두부열풍을 이끌어가는 선두주자 중 한 곳이지만 제주인이 청정한 제주의 공기와 해수를 이용해 만든 두부가 전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을 아는 도민들은 그리 많지 않다.

제주시 화북동에 있는 두부공장을 찾아간 지난 28일, 들어서자마자 어릴 적 고소한 향내가 코를 자극했다.

"제주아침 두부는 전국 어떤 두부와 겨뤄도 맛과 깨끗함에서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합니다. 똑같은 양의 콩을 가지고 두부를 만들면 해수로 만들기 때문에 다른 업체들보다 적게 나오지만 욕심을 버리고 좋은 먹거리를 공급하겠다는 생각으로 다른 것을 담지 않고 정성껏 만듭니다."

김씨와 두부와의 인연은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두부는 아침저녁으로 먹는 것이고 '먹는 장사는 망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서귀포에서 두부공장을 시작하게 됐고 이후 제주시로 진출해 현 위치까지 오게 됐다.

아버지를 돕다가 이제는 최일선에 나서고 있는 이들은 바로 딸 희진씨(35)와 아들 정훈씨(28)다. "요즘엔 아들과 딸을 믿고 공장을 비울 때가 많아요. 딸은 10년째, 아들은 4년째 같이 일을 하니 든든하죠."

촉촉하고 하얀 살결을 닮은 두부를 만들었던 아버지는 어떤 사람일까.

"아버지는 철저하고 엄격하면서도 가족들에게는 힘든 내색을 전혀 하지 않았던 전형적인 '한국의 아버지'였어요. 아버지가 두부배달을 할 때 옆에 타려고 떼를 썼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지금은 딱딱한 콩이 부드러운 두부로 탈바꿈한 것처럼 부드러워진 아버지를 새삼 느낍니다." 희진씨의 말이다.

정훈씨가 말을 이었다. "'제주아침'이라는 이름처럼 청정을 무기로 삼을 작정입니다. 두부로 시작했지만 수백가지 상품을 유통하는 제주의 대표기업으로서 소비자들이 믿고 찾을 수 있는 기업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이들의 두부사랑은 원재료인 콩을 대규모로 직접 재배해 무농약 인증을 받을 정도로 깊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아버지와 아들·딸의 알콩달콩 두부사랑 이야기를 듣다보니 출출해 왔다. 그 순간 이들이 내놓은 순두부에 양념간장을 듬뿍 얹어 먹으니 옛 맛 그대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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