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代를잇는사람들](42)에필로그

[代를잇는사람들](42)에필로그
"대를 잇는 것이 곧 경쟁력"
  • 입력 : 2008. 12.27(토) 00:00
  • 문미숙 기자 msmoon@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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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대, 3대에 걸쳐 대를 잇는 41가족 연재
오랜 세월 외길걷는 자부심이 공통분모


토요일 아침마다 '代를 잇는 사람들'을 통해 우리 주변의 평범한 이웃들을 만났다. 41회까지 연재됐지만 2대, 혹은 3대에 걸쳐 가업을 잇는 경우도 있으니 얼추 1백명에 가까운 이들이 독자들과 만난 셈이다.

순대국밥집 등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소문난 맛집에서부터 대장장이, 해녀, 60년대 제주에 영화관을 탄생시키고, 전통된장을 만드는 가족까지 저마다 다른 분야서 장인정신으로 가업을 이어가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나같은 평범한 사람이 무슨 기삿거리가 되겠느냐?"며 한사코 취재를 사양하던 이들도 막상 취재에 들어가면 저마다 살아온 이야기 보따리들을 펼쳐내곤 했다. 그리고 1면 머릿기사로 실린 기사와 사진을 접하곤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언론의 힘이 이렇게 대단할 줄 몰랐다. 신문을 보고 일부러 찾아왔노라는 손님들이 생겼다. 이제부터야말로 더욱 정성껏 손님을 맞고, 가업을 꾸리지 않을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대를 잇는 사람들이란 코너를 통해서 만난 이들의 공통 분모는 대를 잇는다는 자부심과 함께 대를 잇기에 어깨가 무겁다는 책임감이었다. 부모님이 길게는 수십 년 간 고집스레 외길을 걸어오며 공들인 정성과 노력에 행여 누가 되지 않을까는 염려에서였다.

순대국밥집 광명식당은 반세기를 넘는 세월을 한 자리를 지켜온 곳이다. 시어머니의 대를 잇고 있는 며느리 진순복씨는 "이문보다 국밥 한 그릇에 행복해하는 이들에 대한 추억이 더 많이 남는다"고 했다.

우도의 해녀 3대 윤순열씨 가족을 취재하던 기억도 새롭다. 소문만으로 사진기자와 도항선에 몸을 실었고, 지인의 도움으로 어렵사리 만났지만 언론에 나서기를 한사코 마다하는 바람에 설득하느라 진땀을 뺐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일상처럼 나드는 고된 물질을 숙명처럼 시작했고 이젠 천직으로 여겨진다는 38세의 윤씨는 우도의 최연소 해녀다.

부녀 대장장이인 김태부·혜영씨의 얘기도 화젯거리였다. 단단한 쇳덩이를 맘대로 주무르는 대장장이의 힘찬 메질소리는 이제 쉽게 들을 수 없는 옛 풍경이다. 그런데 어릴적 불길속에서 달궈진 쇳덩이를 집어내 모루위에 올려놓고 내리치던 아버지를 늘상 보고 자란 딸 혜영씨가 이제 호미를 만들고 있다. 기사가 나간 후 전국 언론에서 연락처를 알려달라는 전화가 지금껏 이어지고 있다.

제주토종 푸른콩으로 전통장을 만들어 정부 품질인증까지 받은 양정옥씨 가족의 기업경영엔 고집이 묻어난다. 양씨는 "돈을 벌자고만 했으면 좋은 재료만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정성으로 빚어낸 맛을 인정해주는 소비자들을 만나는 재미가 전통의 맛을 어렵게 지켜가는 이유라고 했다.

일본의 경우 대를 이어 1백년 이상 맛집을 지켜가는 곳이 적잖다. 대를 이은 장인정신이 곧 장수기업으로 성장해 경쟁력을 갖추고, 자긍심도 놀라울 정도라고 한다. 그 결과 1백년 이상 된 중소기업을 5만개 이상 육성했다. 독일의 경제강국 진입 발판을 다지는 데 커다란 역할을 한 것도 가업을 승계한 중소기업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들 국가에 비하면 가업승계 기업에 대한 배려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사회에서도 가업을 잇는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곧 새로운 경쟁력으로 자리잡게 되는 날이 머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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