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신화, 역사 등을 제주어 1인극으로 풀어내고 있는 제주꽃놀래의 안용석·김영숙·오영순씨(왼쪽부터)가 오영순 소장의 살림집에 들어선 연구소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했다. 고경희씨는 다른 곳에 일이 생겨 함께하지 못했다. /사진=김명선기자
신화·역사 등 제주어 공연에 버무려 낼 것
재일동포에 '마음의 고향' 찾아주고 싶어
제주시 동광로의 한 살림집에 문패를 단지 한달이 되어간다. 우리문화연구소 제주꽃놀래. '놀래'는 제주어로 놀이, 노래, 이야기 등 다양한 의미를 품고 있다. 꽃처럼 화사하고 풍성하게 우리문화를 피워내고 싶다는 뜻이겠다.
지난 4일 4·3 도민문화한마당이 열린 제주시청 앞마당. '어이구, 우리 손지(손자)'하며 꼬깃해진 천원짜리를 내어줄 것 같은 할망이 그곳에 있었다. 제주꽃놀래 소장을 맡고 있는 오영순씨(53)가 '할머니가 들려주는 4·3이야기'란 이름을 단 1인극을 공연했다. 지난달엔 남원읍에서 같은 작품을 선보였다.
오 소장의 1인극은 2003년쯤부터 시작됐다. 어느 사진전 개막 행사로 공연된 게 계기였다. 그는 삼승할망 이야기, 4·3 등 제주의 신화와 역사를 1인극에 담아왔다. 최근엔 테러제이 자파리연구소 창작극페스티벌 참가작인 제주소리극 '어이그 저 귓것'에 배우로 참여했다. 거기엔 늘 제주어가 있었다. 오 소장이 아이 키우며, 농사 지으며, 바다밭을 드나들며 뼛속 깊이 체험한 제주어가 대본에 자연스레 담겼다.
제주꽃놀래는 연구소란 이름이 달렸지만 기실 그 결과물은 1인극 공연이다. 제주신화의 독창성, 제주어의 남다른 질감 등을 마당판의 관객들과 호흡하는 1인극으로 내보이겠다는 것이 이들의 설립 취지다. 1998년 민요패 소리왓 활동을 하면서 감춰둔 열정을 드러낸 오영순 소장을 비롯해 안용석(41) 기획실장, 김영숙(51) 고경희(45) 연구원이 연구소 식구들이다. 단출하다.
네 사람은 '제주에 대한 애정'하나로 뭉쳤다. 무보수로 일한다. 오 소장이 사글세로 얻은 살림집이 연구소 사무실이다. 이즈막엔 6월쯤 예정된 창립공연을 준비하느라 머리를 맞대는 시간이 한층 늘었다.
"10년동안 한번도 쓰지 않은 제주어가 있을 것이다. 그만큼 생활방식이 빠르게 변하고 있어서다. 제주어로 진행될 수 밖에 없는 1인극 공연을 통해 관객들이 자연스럽게 제주어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싶다. 사전에 미처 담기지 못한 제주어가 얼마나 많은가. 우리 공연이 제주어를 더욱 풍요롭게 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연구소 식구들은 한 목소리로 말했다. 때를 기다리기보다 '오멍'해야(몸을 움직여야) 일이 된다는 이들은 2년 정도는 허리띠를 졸라맬 생각이다. 그 기간에 사비를 얼마나 털어야 될지 모르나 그 뜻을 알아주는 사람들이 있을거라 믿는다. 오 소장의 개인 역량에 기대는 바가 크지만 연구소 직원들은 저마다 발품을 팔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제주출신 재외동포, 특히 어려운 시절에 쫓기듯 일본으로 건너간 동포들을 위로할 수 있는 공연을 올리고 싶은 마음이다. 한때 제주의 여러 마을마다 회관이며 학교를 짓는데 도움을 준 재일동포들의 뜻을 쉽게 잊어버린것은 아닌지라는 생각이 든다. 제주어 공연은 그들에게 '마음의 고향'을 찾아주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재외동포를 위해 제주꽃놀래가 먼저 움직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