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어 쓰게마씨](13)제주방언구사기능인 고봉만씨

[제주어 쓰게마씨](13)제주방언구사기능인 고봉만씨
혼자만 쓴다고 제주어가 살아나나
  • 입력 : 2008. 06.19(목) 00:00
  • 진선희 기자 jin@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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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제주방언구사 기능인 고봉만씨. 혼자만 제주말을 제대로 쓴다고 하루아침에 제주어의 위상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그는 학교 교육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이승철기자 sclee@hallailbo.co.kr

제주시 무형문화유산으로 기능인 첫 지정

언어생활 영향주는 학교 교육부터 변해야



"나 만낭 뭐허젠? 별 볼 일 없는 하르방인디…."

고봉만씨(78·제주시 건입동)는 그렇게 말했다. 제주섬을 떠나지 않고 살며 나이들어 가는 게 뭐 대수로운 일인가. 그는 그렇게 묻고 있는 것 같았다. 아니다. 바다와 밭을 오가며 무수한 일상을 일궈온 사람들이 우리 곁에 있다는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그들이 이 땅을 떠나는 날, 섬을 지켜온 민초들이 평생 품어온 제주어도 한 생을 마감한다.

지금이야 제주어, 제주어 하지만 방언은 찬밥 신세였다. 표준어를 쓰지 않으면 안될 것처럼 했으니까. 사투리로 말하면 촌스럽고 투박한 사람으로 여겼다. 일상에서 제주어를 쓰는 사람의 연령대가 점점 높아지기 시작했다. 세대가 바뀌면 제주어는 급격한 변화와 맞닥뜨리게 될 것이라는 위기감이 퍼졌다. 70대의 제주 노인들이라고 오롯이 제주어를 쓰지 않는다.

2002년 1월 전국에서는 처음으로 제주시가 사투리를 제대로 구사하는 기능을 '무형문화유산'으로 선정했다. 고봉만씨가 그 주인공이 됐다. 이름해서 제주방언구사 기능인. 학교 교육의 영향을 덜받고 제주를 떠나보지 않은 사람중에 여러 요건을 감안해 선정했다. 고씨는 "객지생활도 못해보고 학교도 제대로 못다닌 불쌍헌 사람을 골랐주"라며 '허허' 웃었다.

고양부 삼성사재단 이사, 제주시 건입동 향토문화보존회장 등을 맡아온 그는 제주방언구사기능인이 되면서 한층 바빠졌다. 기능인으로 지정된 이듬해부터 제주어 강좌를 맡게 됐다. 올해도 지난 4월부터 제주시 사라봉 자락에 있는 무형문화재전수회관을 찾아 일주일에 한번씩 강의를 하고 있다. 제주어 연구자의 도움으로 제주어 표기법, 제주속담과 함께하는 제주어, 전설로 살펴보는 제주어, 제주어 바로쓰기 등을 담은 교재가 따로 만들어졌다. 제주어 강좌는 11월까지 계속된다.

고씨는 전수회관의 위치 때문인지 수강생 숫자가 점점 줄어든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주어에 대한 관심이 누가 가르친다고 하루아침에 바뀌겠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어디서 세상모르고 잠자다가 이제사 눈뜨고 일어난 꼴"이라며 제주어에 대한 뒤늦은 '애정 공세'를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요즘 아이들한티 '검질매러 갔다왔져'렌 허믄 알아들어? 그런 말을 배울 필요가 없는 아이들한티 제주어 지키자고 말만허믄 안되주. 아이코, 제주말 모르면 안되겠구난 생각이 들게 교과서부터 바꿔져야주. "

제주방언구사 기능인 지정은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제주민요, 무속굿 등이 문화재로 지정되었듯 제주시 무형문화유산이라는 이름으로나마 제주어의 가치에 주목했다는 것이다.

고씨는 혼자만 제주말 쓴다고 될일이 아니라고 거듭 말했다. 맞다. 애써 일상에서 제주어를 사용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런 점에서 지역별, 생업별로 제주어를 풍부하게 길어올리고 올바로 쓸 수 있도록 제2, 제3의 제주어 기능인을 지정하는 일도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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