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어 쓰게마씨](19)세화고등학교

[제주어 쓰게마씨](19)세화고등학교
제주어 교육 '마지막 수업'심정으로
  • 입력 : 2008. 09.11(목) 00:00
  • 진선희 기자 jin@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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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정규 교과과정으로 제주어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세화고등학교에서 제주어를 가르치는 교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오른쪽부터 김수철 교감, 강여심 고로미 현원필 교사. /사진=김명선기자 mskim@hallailbo.co.kr

작년부터 제주어 과목 정규 교과과정으로 편성

1학년 대상 일주일에 2시간 수업 …교재 개발도



"이제, 제주의 말이 엇어질 위기에 처해 잇다. 언어가 사라지는 원인은 언중덜이 그 언어를 사용허지 안 허여불기 따문이다. 제주어를 사용허지 아니허는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싯주마는, 잘 몰랑 사용허지 안 허는 경우가 이시민 안뒈난, 경허고 가르쳐주지 안 허영 사용허지 안허는 경우가 이시민 안 뒐 거 닮안, 이 책을 만든다."

지난 8일 제주시 구좌읍에 있는 세화고등학교. 1학년 여학생들이 책상위에 펴놓은 책은 '정겨운 제주어'였다. 제주 속담, 설화, 역사, 문학 등을 넘나들며 제주어를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도록 만들어진 교과서다.

이즈막에 제주어를 지키자거나 살리자는 움직임이 거세게 일면서 너나없이 내놓는 주문이 학교 현장의 제주어 교육 필요성이었다. 세화고가 소매를 걷어붙였다. 제주형 자율학교로 지정되면서 제주어 교육을 정규 과정으로 배치했다. 지난해부터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1주일에 2시간씩 제주어 교육을 벌이고 있다.

수업 현장은 아이들 앞에 놓인 제주어의 처지를 그대로 보여줬다. 교사는 제주어로 묻고, 아이들은 표준어로 답한다. 아이들의 대화속에 '∼햄수광'이나 '∼허멘' 정도의 제주어가 간신히 쓰이는 현실에서 토박이 어휘의 뜻을 알아내기는 영어 단어 익히는 것만큼 어려워보였다.

현재 제주어 수업을 맡고 있는 이는 김수철(60·교감) 강여심(51) 현원필(47) 고로미(39)교사. 이들은 '정겨운 제주어'를 주된 교재로, 제주도교육청에서 나온 '제주어 교수-학습 자료'를 부교재로 쓴다. 아이들도 제주어 수업이 낯설지만 교사들도 처음 실시되는 제주어 교육이 어렵긴 마찬가지다.

이중 현원필 교사는 제주고로 옮긴 오영수 교사와 함께 '정겨운 제주어'를 만들었다. 현 교사는 "초임 교사 시절, 수업할 때 사투리를 쓴다고 장학사에게 핀잔을 들었던 기억이 있다"면서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고 하지만 그런 과거를 거쳐온 교단에서 제주어 교육이 하루아침에 성과를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철 교감은 "제주어를 배우면서 제주사람이 살아온 내력이나 정신까지 읽어야 하지만 아이들은 외국어 하듯 제주어를 익히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면서 "매주 두시간씩 제주어를 배우는 학생들이 그런 실정인데 제주어를 접하기 어려운 다른 학교의 아이들은 오죽하겠느냐"고 덧붙였다.

교사들은 제주어 교육을 시행한 지 2년째이지만 실제 1년만 배우고 그치는 아이들이어서 그 효과가 기대만큼 크지 않을 거라 안타까워했다. 그럼에도 한번이라도 제주어를 더 접했던 아이들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나을 거란 생각에 힘을 낸다.

입시에 도움이 되는 교과목을 늘려야 할 형편인 고등학교에서 제주어 교육을 정규 교과과정으로 둔 것은 일종의 '모험'이었을 것이다. 세화고는 그만한 부담을 안고, 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처럼 아이들에게 제주어를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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