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선희기자의 문화현장]다시 문화의 소통을 생각한다

[진선희기자의 문화현장]다시 문화의 소통을 생각한다
  • 입력 : 2008. 12.30(화) 00:00
  • 진선희 기자 jin@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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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문화의 거리 조성
공공미술·디자인과 한 길

따로따로 추진 득보다 실


삼성혈 부근에 사는 주민 2백1명에게 물었다. "문화의 거리 조성에 찬성하십니까?" 열 명중 일고여덟 명꼴(77.5%)로 찬성한다고 답했다. "문화의 거리가 성공할 거라 생각하십니까?" 서귀포시 속칭 솔동산거리 주민 1백1명중 절반이 넘는 53.5%가 "성공할 것"이란 전망을 그렸다.

지난해 문화의 거리 조례를 만든 제주도가 문화의 거리 조성에 뛰어들었다. 기본계획 용역을 통해 '삼성혈거리'와 '솔동산거리'를 조성 대상지로 선정하고 이제 곧 후속 작업을 벌인다. 제주대 용역팀이 내놓은 주민 설문결과는 문화의 거리 조성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사업수행시 제주도의 정책을 수용하겠냐는 물음엔 절반이 안되는 46.5%가 "그렇다"고 했지만 문화의 거리 조성에 대체로 우호적이었다.

2008년 제주에선 문화의 거리가 '뜨는 상품'인 것 같다. 제주도는 제주시 연동에 '이야기가 있는 테마거리'를 조성하기 위한 실시설계 용역을 진행중이다. 서귀포시 이중섭거리도 사업비가 확보되는 대로 이중섭 일대기를 테마로 거리를 꾸민다. 제주시는 관덕로에 문화의 거리를, 칠성로에 영화의 거리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중 20억원을 들여 제주시 연동 그랜드호텔 사거리에서 북측 방면으로 4백m 구간에 조성되는 '이야기가 있는 테마거리'는 제주신화속 여신과 제주어를 주제로 꾸며질 예정이다. 마침, 제주대 용역팀도 삼성혈거리를 '탐라탄생과 역사의 거리'란 테마 아래 신화가 살아숨쉬는 탐라의 성지, 역사 유물과 유적이 풍성한 거리, 전통문화와 예술이 숨쉬는 거리 등으로 엮겠다고 했다.

이중섭거리는 피난시절 서귀포에 찾아든 화가 이중섭을 기리며 거리 이름이 붙여진 곳이라 일찌감치 문화의 거리 후보지로 오르내렸다. 제주도가 이중섭거리를 테마 거리로 만들 예정인 데 이어 서귀포시가 계획중인 '빛의 거리' 조성지도 이곳이다. 거기다 이중섭거리와 맞닿은 솔동산거리가 제주도 문화의 거리 대상지로 뽑혔다.

명칭이 조금씩 다르지만 이들은 결국 문화를 통한 도심의 '색깔' 바꾸기를 목표로 뒀다. 문제는 이들 사업을 추진하는 부서가 제주도 문화정책과, 도관광정책과, 서귀포시 문화예술과 등 각각인데다 중복 투자의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신화와 전통문화라는 울타리안에 놓인 삼성혈거리가 선발 주자인 연동과 어떻게 차이를 보일까. 이중섭 테마 거리와 빛의 거리는 등돌린 채 추진되어야 하는 걸까.

도시디자인, 공공미술, 문화의 거리 등 전국에서 유행처럼 진행되는 사업들이 제주섬에도 들불처럼 번지고 있지만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제 앞길만 보고 달려가는 식이다. 도시의 질감에 변화를 주겠다며 먼 걸음을 달려가고 있는 이들 사업에 대한 점검이 필요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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