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선희기자의 문화현장]4월을 묻는 아이들에게

[진선희기자의 문화현장]4월을 묻는 아이들에게
  • 입력 : 2009. 03.31(화) 00:00
  • 진선희 기자 jin@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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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회째 4·3문화예술축전
청소년축제 지속돼 관심
이번주엔 문예회관으로


4·3미술제가 열리던 첫 해였다. '닫힌 가슴을 열며'란 제목으로 마련된 미술제에서 전시장을 빌려준 문예회관측이 어느 작가의 작품을 철거하라고 요구했다. 이듬해 '넋이여 오라'전을 열 때는 문예회관 대관을 꺼려 지금은 사라진 세종갤러리로 장소를 바꿔 치렀다. 올해로 16회째를 맞는 4·3문화예술축전의 '역사'에 등장하는 일화중 하나다. 지금은 달라졌지만 그때만 해도 4·3은 세상밖으로 나오지 못한 이름이었다.

현기영의 소설 '순이삼촌', 강요배의 역사화 '동백꽃 지다', 놀이패 한라산의 4월굿처럼 문화 동네에서는 일찍이 4월을 품었다. 두려움을 안고 4·3때 죽은 아버지를, 누이를, 고모부의 사연을 꺼내놓아야 할 때 예술로 빚어낸 4·3은 조용하지만 큰 울림을 낳았다. 2003년 정부가 4·3진상조사보고서를 내고, 국가공권력에 대한 대통령의 사과가 있기까지 지난한 4·3진상규명운동의 역사속에 문화예술이 맡았던 역할은 그만큼 컸다.

제주민예총이 주관하는 4·3문화예술축전이 이번주 제주도문예회관 마당에서 막이 오른다. 4월 2일 전야제를 시작으로 미술제, 사진전, 청소년 평화축제, 4·3 연합공연, 평화마당극제가 차례로 이어진다. 지난해 제주시청 앞마당에서 4·3 60주년 행사를 대대적으로 열었지만 예산 축소 등 몇가지 이유로 올해는 문예회관을 주행사장으로 택했다. 관덕정으로, 제주시청으로 다시 문예회관으로 전전하는 4·3문화예술축전의 처지가 잊을만하면 색깔공세에 휘둘리는 4·3의 신세 같아 안타깝지만 기왕에 문예회관에서 4·3미술제, 평화마당극제 같은 행사가 열려온 터라 4월의 의미를 새기는데 어려움이 없어보인다.

그중 예산 문제로 개최 여부가 불투명했던 청소년평화축제가 지난해에 이어 다시 마련된 점은 다행스럽다. 4·3문화예술축전이 유족들만의 행사가 아니라, 4·3이 드리운 그림자에서 자유롭지 못한 사람들이 한데 어울려 60여년전 제주섬에서 일어난 무고한 죽음이 이 땅에 다시 없기를 바라는 자리라면 청소년평화축제는 의미가 크다.

청소년평화축제를 찾으면 6개 초등학교·고등학교 학생들이 펼치는 풍물, 난타, 마칭밴드, 민요 공연을 만날 수 있다. 교사밴드도 이 행사에 참여한다. 4월이 무엇이냐고 묻는 아이들이 있다면 4·3음식을 체험하고 '무명천 할머니' 영상물을 관람하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있다. 만화·염색·생활공예 체험도 준비됐다.

마침, 문예회관 입구엔 벚꽃이 한창이다. 4월이 돌아오면 연분홍 꽃이 훌훌 피어나고 노오란 유채가 섬을 뒤덮는다. 60여년전의 그날도 눈이 간지러운 햇살 아래 봄꽃들이 앞다투어 피어났을 것이다. 그 아름다움을 즐기지 못한 채 세상과 이별한 숱한 이들을 생각하며 4월엔 문예회관으로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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