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길이 몰랐던 병 일깨워줘"

"숲길이 몰랐던 병 일깨워줘"
고재봉씨 부부, 숲길 걷던중 40년 친구 심장병 발견
"사려니 숲길은 '산소탱크'… 이곳이 무릉도원이에요"
  • 입력 : 2009. 05.27(수) 00:00
  • 백금탁 기자 gtbaik@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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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려니 숲길 걷기를 통해 40년지기 친구를 구해줬다는 고재봉·신순일씨 부부가 숲길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사진=김명선기자 mskim@hallailbo.co.kr

"40년지기 친구를 지켜준 사려니 숲길이 너무 고맙다. 내가 걸을 수 있을 때까지 이 길을 찾으며 은혜를 되새기고 싶다."

사려니 숲길 걷기의 마니아가 된 고재봉(71)·신순일(65·제주시 용담)씨 부부는 26일에도 어김없이 숲길을 찾았다. 지난 17일 개장이래 벌써 다섯번째 방문이다.

고씨 부부는 "숲길이 너무 좋아 40년지기 친구와 함께 지난 22일 찾았는데 그동안 몰랐던 친구의 심장병을 알게됐다"며 "25일 수술이 잘됐고 완쾌되면 사려니 숲길을 함께 걷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은 "당시 숲길을 걷던중 친구가 가슴이 아파 말하기도 곤란했다. 친구가 천식을 갖고 있는줄로만 알았다. 그래서 평소 다니던 의원을 거쳐 종합병원을 찾았는데 그동안 몰랐던 심장병(관상동맥 질환)을 발견하게 됐다"고 그간의 일들을 설명했다.

고씨는 "친구가 평소 고사리를 꺾으러 함께 다닐 정도로 건강했는데 다행히도 숲길을 걸으며 몰랐던 병을 알게됐다"며 "1969년 제주에 들어와 지금까지 40년을 넘게 친구로 지내고 있는데 자신도 10여년전 같은 증세로 수술을 받아 '동병상련'을 느껴 우정이 더욱 돈독해질 것 같다"고 전했다.

고씨 부부는 "한라산, 비자림 등 모두 둘러봤지만 사려니 숲길이야 말로 제주에서도 손꼽을 수 있는 '산소탱크'이고 그늘진 길을 걷다보면 온갖 꽃과 새소리, 물소리, 풀내음 등 이 곳이 무릉도원처럼 느껴진다"며 칭찬을 늘어놨다.

"이 곳에 오면 내려가기가 싫다"는 이들은 "29일 사려니 숲길 15km를 완주하고 싶다"고 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경기도가 고향인 고씨는 자신의 어려웠던 시절, 신세졌던 충청도 옥천출신이자 40년지기 친구인 고춘수(68·제주시 일도2동)씨에 대한 우정이 더욱 애틋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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