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섬 박물관 순례Ⅱ](13)한림공원

[제주섬 박물관 순례Ⅱ](13)한림공원
그 야자수, 냉정과 열정의 시간으로
  • 입력 : 2009. 06.25(목) 00:00
  • 진선희 기자 jin@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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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박물관으로 등록한 한림공원은 아열대식물에서 천연동굴까지 풍부한 콘텐츠를 갖추고 있어 사회교육 프로그램에 강점을 지녔다. 사진은 한림공원의 상징인 야자수길. /사진=강경민기자

아열대 식물에서 자생 들풀까지 3000여종 갖춰
천연동굴·민속마을 등 사회교육 활용자산 풍부


냉정과 열정 사이를 오갔다고 해야 할까. 빛깔 선명한 아열대 식물이 만들어낸 온실 숲을 지나 화산섬이 빚은 동굴로 향했다.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은 날씨탓에 열기가 기세를 부리던 때였다. 후텁지근한 기운을 밀어낸 자리, 삽시간에 찬 공기가 몸안에 번졌다.

도심을 벗어나 있지만 한해 90만명이 이곳을 찾는다. 제주시 한림읍 협재리에 있는 한림공원이다. 이른바 IMF 시절을 고비로 100만명을 훌쩍 넘기던 입장객이 주춤했지만 여전히 제주를 대표하는 사설 관광지다. 관람객은 열에여덟이 '육지'에서 온다. 줄무늬 커플티를 입은 신혼 부부, 노모와 동행한 가족 관람객 등이 이곳에서 제주섬 추억을 만든다.

2007년 12월 식물박물관으로 등록했다. 야자류, 용설란, 선인장류, 자생식물, 열대과수, 관엽식물, 분재 등 3000여종이 10만평 부지의 공원에 흩어져있다. 창업자 송봉규 회장의 '한림공원 히스토리'는 널리 알려진 바다. 1971년 6월 모래밭을 사들여 지금의 공원을 일궜다. 큼지막한 돌에 새겨진 '개척정신'은 공원의 탄생과정을 축약해놓은 단어다.

공원의 역사를 정리해놓은 자료에 빛바랜 흑백사진 한장이 눈에 띈다. '야자수 식재'란 이름이 달렸다. 허허벌판, 오로지 야트막한 돌담이 줄을 이은 그곳에서 야자수가 자랐다. 지금, 같은 장소로 가면 사자성어 '상전벽해'가 실감난다. 공원의 나이와 같은 마흔 줄의 야자수는 하늘로 솟아올랐다. 일본에서 야자수 씨앗을 들여와 심은 게 그렇게 컸다.

야자수 뿐이겠는가. 아열대식물원, 협재굴과 쌍용굴, 재암민속마을, 제주 석·분재원, 새가 있는 정원, 연못정원 등이 차례로 제 모습을 드러내는 동안 이국에서 표류해온 갖가지 식물이 피고 졌다. 민속과 자연을 아우른 한림공원은 제주섬의 특징을 한곳에 모아놓은 공간 같다.

전통초가 지붕잇기 시연을 비롯해 매화, 봄꽃, 산야초, 철쭉, 수국, 수생식물, 호박, 국화, 재래종 감귤을 테마로 매달 전시를 이어갈 만큼 자산이 풍부하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협재굴·쌍용굴도 한림공원의 역사와 함께했다. 협재리 일대의 제주한림용암동굴지대중에서 500m 구간을 일반에 공개하고 있는데, 이들 동굴은 한림공원의 이름을 알리는 데 적지않은 역할을 했다.

오래된 나무가 전하는 선물처럼 한림공원에 놓인 여러 전시품은 세월이 흐를수록 향기를 더해가고 있다. 앞으로 전시물을 매개로 관람객과 소통하는 기회를 늘리는 게 과제다. 일방적으로 전시품을 보여주는 단순 관광지에서 벗어나 다양한 콘텐츠를 살린 사회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천연동굴과 식물을 한번에 만날 수 있는 공간은 흔치 않다.

이즈음 제주섬의 가치를 '발견'하려는 관람객들이 늘고 있는 때에 한림공원은 잠재력이 높은 박물관이다. 1시간을 머물더라도 한림공원이란 브랜드를 기억하게 하는 '무엇'이 기다려진다.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7시까지. www.hallimpark.co.kr. 796-0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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