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선희기자의 문화현장]도립미술관 개관, 그 후

[진선희기자의 문화현장]도립미술관 개관, 그 후
  • 입력 : 2009. 06.30(화) 00:00
  • 진선희 기자 jin@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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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인력 끌어와 전시 준비
대표 미술관다운 조직 안돼
차기 기획전은 어떻게 하나


미술관 옥상에서 감미로운 음악이 흘러내렸다. 건물 입구엔 물빛이 반짝였다. 아이들은 당장이라도 야트막한 물에 뛰어들고 싶은 표정이었다. '도깨비도로'에 제주도립미술관이 문을 열던 날 그렇게 '축배의 노래'가 퍼졌다.

도립미술관은 미술인들이 주축이 된 민간 건립추진위원회가 꾸려지는 등 수년에 걸친 준비 끝에 지난 26일 개관했다. 미술인들의 숙원 사업으로 출발했지만 도민은 물론 제주를 찾는 이들을 위한 문화공간이다.

4개 분야로 구성된 개관 기념전은 짧은 준비 기간이나 예산, 인력을 감안할 때 기대치를 넘었다. 되레 국내외 작가를 여럿 초청하겠단 욕심을 부린 게 아닐까 싶었다. 참여 작가수에 비해 전시장 규모가 좁았다.

미술관의 역사를 써나갈 전시여서 주목받는 예술가를 한 명이라도 더 불렀을 게다. 그렇다면 개관전 이후는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 개관식이 끝나 미술관을 빠져나오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국제전인 '숨비소리'전, 제주근현대미술사를 꿰고 있는 '제주미술의 어제와 오늘'전, 세계어린이 환경미술제 등 '환태평양의 눈'이란 이름을 단 개관전이 9월 30일까지 예정되어 있다. 국제전의 경우 작품을 설치하는 기간만 한달 가깝게 걸렸다. 9월말까지 남은 기간은 3개월여. 전시를 기획하고 수집, 전시하는 시간을 고려하면 개관전 이후의 윤곽이 이미 그려져야 했다.

이는 미술관의 형편 때문이다. 도립미술관은 크게 한경면 저지리 제주현대미술관과 도립미술관 운영팀으로 나뉘어졌다. 제주현대미술관에 단 한명 있던 학예사는 도립미술관으로 파견됐다. 채용 일정에 따라 도립미술관에는 8월쯤 학예사가 배치될 예정이다. 짐작하듯 도립미술관엔 학예실이 없다.

제주도는 도립미술관 개관에 앞서 '제주도의 위상에 맞는 근사한 미술관을 가지게 되었다'고 했다. 이미 들어선 기당미술관, 이중섭미술관, 제주현대미술관에 견주어 도립미술관을 '제주의 대표 미술관'으로 불러도 틀리지 않다.

그만한 '품격'을 갖추고 있는가 묻고 싶다. 개관전은 미술인들이 중심이 된 개관전집행위원회를 꾸려서 무사히 치른다고 하자. 두번째, 세번째 기획전도 용역 주듯 외부 인력에 기대야 할 것인가. 도립미술관 개관전이 '반짝 이벤트'로 끝날 게 아닌지 우려된다.

개관식날 미술인들은 마음이 편찮았다. 개관 기념전을 엮기 위해 크고 작게 참여한 미술인들은 먼발치서 잔치 구경을 해야 하는 처지였다. 거기다 장리석 화백이 자신의 이름을 딴 기념관을 두고 '창고처럼 지었다'는 공개 발언을 하면서 염천에 뜨거운 물을 부은 분위기가 되어버렸다. 도립미술관 건립이 누구의 '치적'처럼 된다면 도민의 문화공간이 될 수 없다. 대표 미술관에 걸맞는 예산과 인력으로 문화공간다운 빛깔을 새기려는 궁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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