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찾아가는 독도해녀교실] (3)선흘초등학교

[2024 찾아가는 독도해녀교실] (3)선흘초등학교
"우리 할머니 이야기 같아"… 이어지는 제주해녀의 기억
  • 입력 : 2024. 08.26(월) 05:00
  • 오소범기자 sobo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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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리타향 독도서 활약한 제주해녀
척박한 환경서도 끈질기게 살아가
생계유지 넘어 독도 수호에 공헌
귀향 후 기부 통해 나눔 정신 발휘

[한라일보] 1950년대 고향에서 715㎞ 떨어진 독도까지 나가 물질을 했던 독도 출향해녀들은 단순한 생계 활동을 넘어 독도 수호의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이러한 제주 해녀들의 의미와 가치를 재조명하고 기억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지난 21일 제주시 조천읍 선흘초등학교 4·5·6학년 대상, 한라일보 주관 '2024 찾아가는 독도 해녀 교실' 3회차가 진행됐다.

지난 21일 제주시 조천읍 선흘초등학교에서 선흘초 4·5·6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2024 찾아가는 독도 해녀 교실' 3회차가 진행됐다.



▶"여러분, 출향이 뭔지 아세요?"

이날 수업은 해녀문화예술교육단체 물벗의 김하영 강사의 질문으로 시작했다. 선흘초 학생들은 어리둥절하면서도 이어지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출향'은 고향을 떠난다는 뜻으로 1950년대 제주 해녀들은 고향인 제주를 떠나 독도로 왔다. 당시 독도는 미역으로 유명했는데 깊은 물에 서식하는 미역을 따기 위해서는 제주 해녀들이 꼭 필요했다.

김 강사는 "제주 산지항에서 출발해 부산을 거쳐, 포항에서 배를 타고 울릉도, 독도에 도착한 제주 해녀들이 마주한 것은 상상 이상의 척박한 환경이었다"며 "당시 독도의 유일한 식수원은 서도 꼭대기에 위치한 '물골'이라는 작은 동굴로 해녀들은 봉우리 꼭대기까지 올라 거기서 물을 받아 마셨으며 물골 바닥에 가마니를 깔아 불편한 밤을 지새웠다"고 전했다.

날씨 때문에 보급선이 못 와 식량이 부족할 때는 갈매기 알을 먹으며 버텼다는 이야기에 학생들은 "갈매기 알은 생으로 먹었나요?", "알이 없을 때는 뭘 먹었나요?"라는 질문을 쏟아냈다. 김 강사는 "삶아서 먹었고 맛은 계란이랑 비슷하다고 해요", "갈매기 알이 없을 때는 바다의 소라나 전복을 채취해서 먹었다"고 답해주었다. 제주 해녀들의 행적이 하나하나 밝혀질 때마다 학생들은 때론 즐거워하고 때론 슬퍼하며 독도 출향해녀 이야기에 몰입했다.



▶생계 유지를 넘어 독도 수호로

처음엔 돈을 벌기 위해 독도로 간 제주 해녀들이지만 단순한 생계활동을 넘어 의용수비대와 함께 영토 수호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김 강사는 "독도지킴이이자 1호 주민으로 유명한 故 최종덕 씨는 직접 제주 해녀를 고용하고 매우 귀하게 생각했다"며 "제주 해녀들은 유일한 식수원인 '물골'로 가는 계단을 만들 때도 바닷속에서 모래를 건져오는 등 독도가 사람이 살 수 있는 환경으로 만드는데 공헌했으며 실효적 지배 강화에도 이바지했다"고 말했다. 또한 제주 해녀들은 고향으로 돌아온 후, 고생해서 번 돈을 마을을 위해 기부를 하는 나눔의 정신을 보여줬다.

김 강사는 앞선 설명과 함께 앞서 나온 해녀들이 지금도 살아있고 작년에는 다시 독도를 방문했다고 말해 학생들을 놀라게 했다. 단순히 과거의 먼 이야기라고 생각했던 학생들은 이제까지 들었던 얘기들이 우리 할머니의 삶일 수 있다는 생각에 신기해하면서도 독도 출향해녀를 더 가깝게 느끼게 됐다.



▶상상 속 독도 바다 만들기

시간이 짧게 느껴질 정도로 몰입해서 수업을 듣던 선흘초 학생들은 이어진 '독도 이야기를 꾸며보는 팝업북 만들기'를 통해 평면을 입체로, 역사를 실제로 만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학생들은 저마다 준비된 종이 액자에 해녀와 미역, 갈매기 등으로 꾸며보며 상상 속의 독도 바다와 제주 해녀의 모습을 구현했다. 조막만 한 손으로 서툰 가위질이 쉽지는 않았지만 모두 집중하며 자기만의 독도 바다 팝업북을 완성했다.

팝업북을 완성한 학생들은 테왁망사리와 오리발을 실제로 만져보고 착용하며 본인이 해녀가 된 느낌이 체험해 보았다. 학생들은 생각보다 무거운 테왁망사리를 들고 불편한 오리발로 걸어보면서 제주 해녀들이 겪었을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이어지는 독도 출향해녀의 기억

김 강사는 강의를 마무리하며 "오늘은 독도에서 활동하며 독도를 지켜낸 제주 해녀에 대해 얘기를 나눠봤다"며 "이런 제주 해녀들의 행적과 역사를 기억하고 이어가자"고 말했다.

수업을 들은 선흘초 4학년 김효원 학생은 "오늘 수업이 너무 재밌었고 출향해녀라고 해서 먼 얘기인 줄 알았는데 우리 할머니의 이야기 같아서 흥미진진했다"고 말했다.

2024 찾아가는 독도 해녀 교실은 앞으로도 제주도 내 곳곳에 초등학교를 찾아 독도 출향해녀의 이야기와 가치를 전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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