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경기침체·정국 혼란 겹악재… 민생경제 회복 집중해야

[특집] 경기침체·정국 혼란 겹악재… 민생경제 회복 집중해야
내국인 관광객과 소비 감소하며 소상공인·자영업자 위기
외국인 늘었지만 크루즈 관광객 40% 육박해 경제효과 미미
잇단 악재에 여행심리 위축 피하기 어려워… 만족도 높여야
  • 입력 : 2025. 01.02(목) 01:00  수정 : 2025. 01. 02(목) 20:58
  • 문미숙 기자 ms@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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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제주경제는 경기침체에다 비상계엄이 촉발한 정국 불안정까지 겹치며 전망이 밝지 않다. 이는 관광산업 등 지역경제에 상당한 파급효과를 불러오면서 어느해보다 힘겨운 한 해가 될 전망이다. 한라일보DB

[한라일보]제주 경제는 불황과 내수 침체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지난해 12월 비상계엄과 탄핵소추 등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악재가 겹치면서 혼란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특히 정국 불확실성은 제주 관광산업 등 경제 전반에 적잖은 파급효과를 불러올 전망이다. 불안 상황이 빨리 해소되지 않고 장기화할 경우 치솟는 원달러 환율 급등(원화가치 하락)으로 인한 물가 상승 등 서민경제가 더욱 위축돼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진다. 특히 관광업과 서비스업 등 3차산업 비중(2022년 기준)이 79.1%로 전국(63.1%)보다 높은 제주는 외부 환경에 더 취약한 구조다. 불확실성 증대 속에 제주경제를 지탱하는 실핏줄이자 골목상권인 소상공인, 자영업자가 벼랑 끝으로 내몰리지 않도록 2025년에는 그 어느 때보다 촘촘한 민생경제 안정 대책이 중요해졌다.



▶빚더미에 짓눌린 소상공인들=코로나19 팬데믹 기간 관광산업을 중심으로 늘어난 정책자금 지원은 경기침체로 연체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기준 도내 예금은행 연체율은 0.94%로, 전국 연체율(0.48%)보다 갑절 가까이 높다.

담보력이 취약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신용을 보증하는 제주신용보증재단이 이들이 상환하지 못한 은행 대출금을 대신 갚아준 대위변제액은 지난해 11월까지 624억원이다. 전년 동기(314억원) 대비 98.7% 증가한 금액이다.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129억원이던 대위변제액은 2020년 132억원, 2021년 135억원, 2022년 104억원에서 2023년에는 364억원으로 급증했다. 제주신용보증재단의 도내 업체당 평균 보증잔액은 3466만원으로, 전국평균(3054만원)보다 13.5% 많다.

이처럼 대출금을 못갚는 소상공인이 늘어나자 신용보증재단은 지난해 3월 전국 최초로 10년 장기분할상환제를 도입했다. 지난해 말까지 이 제도를 이용한 건수는 3339건에 708억원으로 집계됐다.

소상공인, 자영업자에게는 퇴직금이나 다름없는 노란우산 폐업공제금 지급도 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에 확인 결과 지난해 11월까지 도내 폐업공제금 지급 건수는 1422건에 172억원이다. 전년 동기(1305건, 145억원) 대비 각각 9.0%, 18.6% 증가했다. 2023년 한해 동안은 1389건에 155억원이 지급돼 전년(1057건, 108억원) 대비 각각 31.4%, 43.5% 증가했다.



▶내국인 관광시장 침체에 소비 위축=지난해 30일까지 제주를 찾은 관광객은 1375만2000명(잠정)이다. 지난해 같은기간(1335만4000명) 대비 3.0% 증가했는데, 제주도가 목표로 삼았던 1400만명에는 조금 못미쳤다.

내국인 관광객은 1184만8000명으로 전년 대비 6.3% 감소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막혔던 해외여행 심리가 여전한데다 엔저 현상으로 일본여행의 가격 메리트가 커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 거기다 지난해 '비계 삼겹살', '해수욕장 평상 갑질' 등 고비용·불친절과 관련한 논란이 불거지며 제주여행에 대한 관심도도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내국인의 해외여행 수요가 늘자 항공사들도 수익성이 좋은 국제선 투입을 늘리며 제주기점 국내선 공급석도 감소했다. 공급석이 줄어들며 항공료가 인상되고 제주여행 비용 인상으로 이어졌다.

반면 외국인 관광객은 중국과 대만 등 중화권을 중심으로 급증하며 지난해 동기 대비 170.0% 증가한 190만4000명이 찾았다. 제주 직항노선이 속속 운항을 재개했고, 크루즈의 제주 기항도 늘면서 제주도가 목표로 삼았던 120만명을 넘어섰다.

외국인 관광객 중 제주에서 숙박을 하지 않는 크루즈 관광객은 통계가 확정된 지난해 9월까지 57만1539명이 찾았다. 전년 동기(5만5777명) 대비 924.7% 늘었는데, 전체 외국인 관광객(150만3631명)의 38.0%를 차지하는 규모다. 하지만 크루즈 관광객은 제주에 체류하는 총 8시간 중 입출국 심사시간을 빼면 실제 머무는 시간은 4~5시간으로 짧아 지역 상권에서의 음식·상품 구입 소비에는 제한적이다. 제주관광공사에 따르면 2023년 크루즈 관광객의 1인당 지출경비는 188.3달러로 중국인 개별관광객(693.1달러)의 27.2% 수준에 그친다.



▶소상공인 숨통 틔워줄 소비책 절실=올해 제주 관광시장은 녹록지 않은 한 해가 될 것 점쳐지고 있다.

컨슈머인사이트는 국내여행은 2022년 반짝 전성기 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어 올해 여행산업의 심각한 위축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경제 상황이 좋지 않으면 가장 영향을 받는 것이 여행과 같은 기호성 지출로, 물가 상승과 원달러 환율 상승 등의 악재가 겹겹이 쌓여 있어서다.

관광객 감소와 소비 위축은 곧바로 지역상권의 침체로 직결된다. 이 같은 우려에 제주도는 지난 연말 소비를 살리기 위한 민생경제 회복 대책을 내놨다. 예비비를 투입해 지난해 말 일시 중단됐던 지역화폐 탐나는전의 포인트 적립률 10% 적용을 재개해 설 명절까지 이어간다. 중소기업육성기금 경영안정자금 융자지원 요건도 완화했다. 기존 매출액 기준으로 지원되던 요건을 바꿔 매출이 증가하더라도 실소득액이 10% 이상 감소한 경우 지원기간을 2년 연장해 운영할 계획이다. 또 건설경기 부양을 위해 사회간접자본(SOC)인 도로·항만 등 기반시설 확충을 위한 일반회계 1조7061억원(2024년 대비 8.8% 증가)과 상하수도 특별회계 4145억원 등 총 2조1206억원을 상반기에 집중 발주하고 60% 이상 집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제주도는 지난해 관광물가 불안 품목을 진단하고 제주와 국외 관광지 물가 수준을 비교·분석하기 위한 '빅데이터 기반 관광 물가지수 개발 연구용역'을 진행했다. 제주연구원에 의뢰해 진행한 용역 결과도 머잖아 나올 것으로 보인다. 뛰는 물가로 경기가 부진한 상황에선 여행도 초긴축 분위기로 돌아서고, 제주여행에 대한 만족도는 더 떨어질 수 있다. 특히 지난해 불거졌던 고물가·불친절 논란은 제주관광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적정 가격과 양질의 서비스는 지속가능한 제주관광을 위해서도 중요한 요소다.

수적 증가만큼 지역경제 파급효과는 제한적이라는 크루즈 관광객의 제주 체류시간 연장을 위한 자동출입국 무인심사대 설치는 올해 법무부 예산으로 52억원이 반영됐다. 제주도는 이르면 오는 9월쯤부터 제주항과 강정항에 설치 운영될 예정이라고 밝혔는데, 지역에서의 소비 확대로 이어질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한국은행 제주본부 박동준 경제조사팀장은 "경기 침체에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경기 하방 리스크가 커진 상황"이라며 "소상공인 경영안정지원 등 기존 정책을 꾸준히 추진하면서 적재적소에 지원이 이뤄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위기에 직면하지 않도록 실효성 있는 정책 추진이 필요한 시기"라고 했다. 또 "단기적으로 외국인 관광객의 유입 불확실성이 우려되는 부분이 있는 만큼 제주여행이 안전하다는 홍보 강화 등 외국인의 제주여행 소비 심리가 빨리 회복될 수 있도록 하는 관광정책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문미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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