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제주, 탐라 해상왕국 부활을 꿈꾼다 / 세계적 환적항 도약 첫 걸음

[특집] 제주, 탐라 해상왕국 부활을 꿈꾼다 / 세계적 환적항 도약 첫 걸음
제주∼칭다오 신규 항로 화물선 첫 운항 예정
  • 입력 : 2025. 01.02(목) 03:00
  • 백금탁 기자 haru@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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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둥성항구그룹유한공사가 운영 중인 산둥성 항구. 산둥성항구그룹유한공사 제공

7500t급 컨테이너선 매주 수요일 오전 제주항에 입항
연간 수출 물동량 8400TEU 운송 시 연간 71억 절감
제주도, 해양수산부 신규 항로 개설 허가 결정 대기중
운항 성과 미흡시 ‘도민 혈세’ 낭비… 책임론 불가피

[한라일보] 제주특별자치도는 660년대 탐라인들이 중국으로 갈 때 관문이었던 산둥반도를 거쳐 교류했던 탐라의 역사를 거울삼아 제주~중국 간 신 해상 교류를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탐라국은 5세기부터 한반도와 교류를 시작했으며, 7세기에는 중국, 일본과도 활발히 외교활동을 펼쳤다. 남북국 시대에는 동중국해의 해상 교통 요충지로 자리 잡았고, 신라 시대 해상왕 장보고는 탐라와 완도를 거점으로 신라-당-일본 삼국 간의 교류를 이끌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그러나 제주항은 1968년 무역항으로 지정된 이후 40여 년간 국가 관리 하에 있었지만, 1991년 제주~일본 간 항로 단절 이후 현재 제주항은 국내 연안 화물만 처리하며 사실상 무역항 기능을 상실했다.

이에 제주도는 제주항을 세계적인 물류 중심지로 육성하기 위한 첫 단계로, 올해 제주~중국 칭다오 항로 개설을 계획하고 있다. 이를 위해 2023년 3월 26일 산둥성항구그룹유한공사와 항로 수송 협력을 위한 교류 의향서를 체결했다.

산둥성항구그룹유한공사가 운영 중인 산둥성 항구. 산둥성항구그룹유한공사 제공



▶산둥성항구그룹유한공사는 어떤 기업=산둥성항구그룹유한공사는 2020년 3월 산둥성 정부가 설립한 국유기업으로 칭다오항, 일조항, 옌타이항, 발해만항 등 산둥성 연해 4개 주요 항구를 통합 관리하며 항만 인프라 건설과 물류·투자·무역의 통합 발전을 추진하는 중국 최대 규모의 항만기업이다.

2023년 기준, 화물 취급량은 16억t, 수출입액은 약 3조 위안(약 546조원)으로, 중국 내 1위 항만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주요 사업은 컨테이너 운송 및 중개, 유류 운송, 건화물 운송, 카페리 운송 등이며, 총 38개 항로(자국 내 30개·국외 8개)를 운항하고 있다.

산둥성항 겨울 풍경. 산둥성항구그룹유한공사 제공



▶제주~칭다오 항로 운항=제주~칭다오 항로에는 712TEU(7500t)급 컨테이너선이 투입될 예정으로, 매주 수요일 오전 제주항에 입항하며 연간 52항차를 운항할 계획이다. 취항 및 입항은 한국과 중국 정부 간 항로 개설 행정 절차 완료 후 1개월 이내에 이루어질 예정이다.

칭다오에서 제주로 수입되는 주요 물품은 PET(페트) 레진(페트병 원료)이며, 제주에서 칭다오로 수출되는 제품은 제주용암해수단지에서 생산된 용암수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제주~중국 간 신규 항로 개설을 위해 연간 90억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다. 또한, 중국 선사(산둥원양해운그룹주식유한공사)와의 협약에 따라 3년간 손실 보전 비용은 최대 73억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제주도는 이번 사업이 투자 대비 효과를 즉시 장담할 수는 없지만, 무역항으로서 제주항의 성장 가능성을 테스트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제주도는 해양수산부의 제주~칭다오 신규 항로 개설 허가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산둥성 항구 크레인 모습. 산둥성항구그룹유한공사 제공



▶비효율적인 물류 구조로 인한 부담 심화=제주에서 직접 수출입 화물을 처리하지 못해 육지부 항만을 경유해야 하는 도민들의 물류비 부담이 상당하다. 예를 들어, 1TEU(20ft 컨테이너) 기준 제주~칭다오 운송비는 약 119만4000원이지만, 제주~부산~칭다오 경유 시 204만4000원으로 약 85만원이 추가된다.

또한 제주에서 주로 사용하는 8ft, 12ft 컨테이너가 국제 규격(20ft· 40ft)과 호환되지 않아 수송·하역·적재 과정에서 많은 문제가 발생하며, 이는 국내 물류비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운송 시간 증가도 큰 문제다. 제주에 국제 규격 컨테이너(20ft· 40ft)가 없어 부산항으로 들어온 컨테이너를 제주항으로 운송한 뒤 다시 적재해 부산항으로 되돌려 보내야 하는 복잡한 과정에서 최소 2일 이상 추가 소요된다. 이 과정에서 날씨로 인한 운송 중단이나 통관 지연 등의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제주신항 조감도. 제주도 제공



▶기대 효과=제주도는 올해 신규 항로 개설을 통해 수출입품을 직접 처리할 수 있게 돼 도민들의 물류비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25년 기준 연간 물동량 2500TEU 운송 시 21억원, 8400TEU 운송 시 71억원, 2026년 기준 1만400TEU 운송 시 88억원의 물류비 절감 효과가 예상된다.

운송 시간도 2일 이상 단축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소규모 물량을 가진 도내 기업들이 제주항에서 혼재 운송을 통해 수출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장기적으로는 컨테이너 물동량 증가에 따라 스마트 공동물류센터와 내륙 거점 물류센터(고흥군)와 연계한 제주 신항 부지의 물류 인프라 조성이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제주도는 이를 통해 물류 혁신과 항만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하지만 제주~칭다오 화물선 운항이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도민 혈세 낭비라는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보다 체계적이고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백금탁 기자 haru@ihalla.com

[전문가 리포트] 김의근 제주국제대 교수 “동북아 해운물류 허브 기대”

탐라 해상왕국 부활을 위한 대국이 시작됐다. 제주특별자치도의 첫 수는 찬반양론을 불러일으키며 파문을 일으켰다. 제주~칭다오 화물선 운항이다.

'미생론'을 꺼내고 싶다. 미생(未生)은 바둑판에서 한 집뿐인 상태를 말한다. 두 집을 만들어야 '완생(完生)'이 되어 살아남을 수 있다. 국내 화물만 취급하며 사실상 무역항 기능을 상실한 제주항의 현재 모습이다.

제주는 국내에서 물가가 가장 비싼 지역이라고 한다. 가장 큰 이유는 제주에서 소비되는 공산품을 비롯한 식자재가 대부분 섬 외부에서 들어오기 때문이다.

특히 건설자재를 비롯한 공산품은 중국 등 해외에서 생산된 제품들이 국내로 수입되고 다시 제주로 들어오는 과정을 거치면서 물류비가 추가되기 때문에 가격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다.

또한, 제주에서 생산된 공산품과 농수축산물을 수출할 때도 육지부를 거쳐서 해외로 배송되면서 물류비 부담이 크다.

가까운 중국의 상해를 놔두고 굳이 칭다오와 해운항로를 먼저 개설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은 가질 수 있지만, 오랫동안 국제 해운항로가 중단된 제주의 상황에서 올해 새롭게 도전하는 국제 화물선 운항은 제주의 해양 입지를 강화하는 촉매제가 될 것이다.

제주는 동북아 해양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어 이를 적극 활용하여 부가가치를 창출해내야 한다. 이미 탐라국 시대의 선조들은 한반도 본토는 물론이고 중국 및 일본 등과 해상을 통해 활발히 교류했다는 다양한 증거가 있다. 섬 지역이라는 핸디캡을 해상 교류를 통해 극복한 것이다.

이제는 제주를 중심으로 국제 해운물류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시대의 사명이다. 제주가 항공뿐만 아니라 해상을 통하여 국제적인 왕래가 이루어질 때, 제주는 새로운 번영의 시대를 맞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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