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3년 전, 도시 생활을 정리하고 고향인 경남 고성으로 돌아온 30대 청년에게 불쑥 명제 하나가 주어진다. '나의 고향이 소멸한다.' 이 명제는 '0'으로 수렴하는 모교의 학생 수를 목격하는 순간 그의 머릿속에 달려들었다. 소멸 직전인 고향의 현실에 충격받은 그의 고민이 시작된다.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관심 없던 신문기사를 찾아 읽으면서 소멸을 극복하는 데 동아줄은 '청년 인구'라는 답을 얻는다. 고향이 사라지는 걸 두고 볼 수 없던 그는 인구 5만명을 넘어가지 않는 작은 시골에서 청년들과 낭만을 찾기로 했다.
류주연의 '하필 낭만을 선택한 우리에게-지방에서 청년은 사라질까, 살아질까'는 소멸의 한가운데 있는 지역의 청년당사자가 지방소멸의 현실을 알리고 자발적으로 그에 대한 고민과 답을 찾는데 분투 중인 청년들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다. 도시에 있을 때는 와닿지 않던 청년인구의 이탈 문제와 그로 인한 지방 소멸의 심각성을 몸소 느낀 저자는 청년들이 지방에 머무르게 할 방법을 고민하게 된다. 그러다 '멀리 가지 않고 곁의 낭만을 찾는' 청년 커뮤니티 '청년낭만살롱'을 만들게 된다. 지역의 청년들이 모여 제도적 지원으로는 채울 수 없는 정서적 감수성을 공유하고 유대감으로 청년들을 머무르게 할 방법 중 하나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서다.
"버스를 타고 이곳에 돌아오는 길이 제게는 감옥에 가는 것처럼 느껴졌어요"라고 했던 신규 직원으로 시골로 발령받아 3개월 만에 직장을 관두고 도시로 돌아갔던 청년을 떠올리면 저자는 아직도 마음이 쓰리다. 이를 통해 지역에 유입된 청년들을 머무르게 하는데에 동료, 환대의 경험, 연대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저자는 "결국 환대받지 못한 젊음들이 이 작은 지방사회에서 사람이 되지 못한 채 유령처럼 떠돌고 있는 것이다. 소외감과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은 결국엔 떠날수 밖에 없다. 자기 자리가 없는 곳에 끝까지 남아 있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고 전한다.
처음엔 청년 모임을 운영하다고 하면 열에 아홉은 시큰둥한 눈빛을 보냈다. 첫 번째 정규 모임에는 우여곡절 끝에 스무 명이 참석했지만, 이후 여덟 번째 모임까지 거쳐간 청년은 120여 명에 달한다. 저자는 "그들을 환대해 주는 일, 사회구성원으로서 자리를 만들어 주는 일, 동료를 만들어주는 일 나아가 당신은 사람임을 확인시켜 주는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청년에게 이곳에 살 용기를 심어주는 것이 청년커뮤니티가 결심하고 해 나가야 하는 일이라는 확신이 점점 강해졌다"고 강조한다.
다만 이 책은 지방소멸에 대한 해결책을 말하기보단 직접 살아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지역의 현실과 이야기를 다룬다. 개인이 할 수 있는 노력과 그 과정에서 발견한 작은 일렁임, 희망에 관한 이야기를 전한다. 채륜. 1만67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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