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서양 최초의 문학작품인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는 트로이아 전쟁을 배경으로 쓰인 대서사시다. 이 작품은 '아킬레우스의 분노'를 노래한다. 신과 인간 사이에서 태어난 아킬레우스는 신들의 왕도 될 수 있었던 존재였지만 신과 인간의 중간에 있기 때문에 언젠가는 죽어야하는 인간의 운명을 뼈저리게 느끼고 결국 마지막 순간에는 그 운명을 받아들이는 인물이다.
아킬레우스는 작품 내에서 유일하게 변화하는 인물이다. 초반에는 분노 때문에 자기 동료들까지 다 죽기를 원하지만 맨 마지막에는 원수의 아버지까지 불쌍히 여긴다. 그의 분노의 시작은 무엇이고 나중에 어떻게 해소되는지를 이야기하며 서양고전학자인 저자는 우리 삶의 어떤 비밀을 탐색하고 삶의 의미를 생각해보는 인물로 아킬레우스를 지목한다.
최근 펴낸 '브런치 인문학'은 읽기가 어려운 고전 작품을 읽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전한다. 이 책은 그리스 로마 시대를 대표하는 서양 고전을 소개한다. 전쟁 중에 아킬레우스의 분노 사건을 다룬 '일리아스', 전쟁 영웅의 귀향과 모험을 다룬 '오뒷세이아', 로마 건국 서사시인 '아이네이스' 등 서양에서 가장 유명한 서사시 세 편과 가장 유명한 비극인 가혹한 운명 앞에서 인간의 의지와 존엄성을 보여준 '오이디푸스 왕'을 다룬다. 저자는 각 작품의 스토리나 주인공의 이야기를 소소하게 들려주고 더 나아가 이야기 구조나 형식도 해설한다.
사람들은 '고전에는 반드시 교훈을 담고 있는지, 또 이야기를 읽으면서 메시지를 찾아내야 하는지'를 묻는다. 저자는 고전이라는 작품들에서 어떠한 지혜와 교훈을 찾기보다는 은근히 즐거움만 얻으라고 권한다. "문학 작품에서는 얼른 교훈이 나오지 않아요. 한 부분 한 부분 보면서 '나 이 사람이 굉장히 마음에 들고, 이 사람처럼 살고 싶다' 이런 건 있겠죠. 이야기에서는 교훈이 바로 나오지 않으니깐 그냥 즐거움만 얻으시라고 말하는 겁니다. 즐거움이 배움과 연관이 전혀 없지는 않을 것입니다. 많은 사람이 이야기를 듣고서 재밌게 여기는 데요, 그건 뭔가 배우는 점이 있어서 그렇다고 해야 할 것예요."
이 책은 저자가 2022년부터 2023년까지 진행한 '브런치 인문학' 강의를 엮은 이 책에는 고전을 감상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회화, 건축, 석상, 지도, 도기와 토기, 영화 포스터 등 160여점에 이르는 이미지 자료도 수록했다. 각 장 끝에는 강의 중에 있었던 질문과 답변을 '브런치 디저트'라는 형식으로 덧붙여 담았다. 북길드. 2만5000원. 박소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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