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주인의 건강보고서 Ⅷ 건강다이어리] (165) 빈혈의 원인과 치료

[제주, 제주인의 건강보고서 Ⅷ 건강다이어리] (165) 빈혈의 원인과 치료
빈혈, 단순 피로로 넘기면 안 되는 이유
  • 입력 : 2026. 04.03(금) 01:00
  • 한치화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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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럼증만으로 판단 어려워 혈액검사로 정확한 확인 필요


원인은 철결핍 가장 흔하지만 조혈장애·만성질환 등 다양


[한라일보] 빈혈(貧血)은 이 세상 모든 질병들 가운데 가장 흔한 질환이다. 우리는 어지럼증이 있으면 빈혈이라고 말하지만, 의학에서는 어지럼이 아니라 혈액 속의 붉은 핏톨이라고 부르는 적혈구가 부족한 상태를 빈혈이라고 한다. 빈혈이 하나의 특정한 병명인 경우도 있지만, 여러 질환들에서 나타나는 중요한 증세이다. 그래서 빈혈을 통해서 숨어 있는 다른 질환을 찾아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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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혈, 어지럼증보다 '산소 부족 신호'에 가깝다=혈액에 떠다니는 성숙한 적혈구는 크기가 작은 세포로, 위에서 보면 과녁 모양의 도넛 형태이고 옆에서 보면 땅콩처럼 가운데는 약간 들어가고 양쪽이 둥그런 형태를 갖고 있다. 적혈구 내부에는 산소와 결합하는 단백질인 혈색소(헤모글로빈)가 풍부해서 붉은 색을 띤다. 적혈구는 들숨을 통해 폐로 들어온 산소와 결합해 이를 온몸에 전달하고, 체내에서 만들어진 이산화탄소를 폐로 운반해서 날숨을 통해 몸 밖으로 배출시키는 역할을 한다. 빈혈이 있는 환자들은 공통적으로 피부, 눈의 결막, 입술 등이 창백해지며, 증상이 심해지면 조금만 움직여도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숨이 차고, 식은땀이 나기도 한다. 또한 쉽게 피로를 느끼고, 허약감이나 식욕 감퇴, 불면 등을 호소하기도 한다. 반면 빈혈이 경미한 경우에는 아무런 증상도 느끼지 못하기도 하지만 어느 정도 진행되어야 증상들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이러한 증상들은 모두 적혈구가 부족해 조직에 산소가 충분히 전달되지 못하면서 발생한다.



▶혈액검사 하나로 시작… 원인 찾는 과정이 더 중요=세계보건기구(WHO)는 번거롭게 적혈구의 수를 측정하는 대신 화학적인 방법으로 혈액 100㏄(=㎗)에 들어 있는 혈색소의 양을 측정한 결과를 빈혈의 기준으로 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성인 남성은 13g/㎗ 미만, 성인 여성은 12g/㎗ 미만, 임신 여성은 11g/㎗ 미만을 빈혈로 진단한다.

빈혈이 의심되는 증상이 있으면 병원에서 일반혈액검사(complete blood cell count, CBC)로 비교적 간단하게 빈혈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소량의 혈액만 채취해서 자동혈액분석기로 검사하면, 빈혈의 기준이 되는 혈색소 농도뿐 아니라 적혈구 수, 헤마토크릿, 그리고 적혈구지수들인 평균 적혈구 크기(MCV)와 적혈구의 혈색소농도(MCH, MCHC) 등의 유용한 지표들을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다.



▶가장 흔한 원인은 철 결핍… 그러나 그것만은 아니다=빈혈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고 복잡하다. 일반혈액검사 결과는 원인을 추정하는 데 매우 유용한 초기 정보를 제공한다. 의료진은 발생 원인을 보다 효율적으로 찾기 위해 관련 증상과 함께 최근 여행 경력, 과거 병력, 현재의 건강 상태, 가족력 등을 자세히 확인하고 진찰을 한다. 일단 빈혈로 확진되면 보다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혈액도말표본을 현미경으로 관찰하는 것은 물론 각종 생화학검사를 하고, 필요에 따라서 면역혈청검사 등을 진행한다. 이러한 결과들을 토대로 상황에 따라 식도와 위, 십이지장, 대장 등을 관찰하기 위한 위장관내시경검사와 각종 관련 영상검사, 그리고 조혈기관인 골수를 평가하는 골수검사까지 단계적으로 시행한다.

빈혈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지만, 이 가운데 약 90% 이상이 철 결핍에 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나머지 10% 미만이 ▷비타민 B12나 엽산 같은 비타민 결핍 ▷새로 생성된 적혈구가 120일도 되지 않아 일찍 파괴되어서 발생하는 각종 선천성 및 후천성 용혈 ▷만성콩팥질환으로 적혈구생성자극호르몬(에리스로포이에틴)의 부족 ▷조혈모세포들의 수가 감소했거나 결함으로 적혈구가 충분히 생성되지 않는 조혈장애 ▷급성 및 만성감염증이나 류마티스질환 같은 염증성질환 ▷당뇨병이나 갑상선기능저하 같은 내분비질환 ▷암질환(일반 고형암들, 백혈병, 림프종 등)과 항암치료 ▷만성간질환과 알코올남용 등이다. 이밖에도 갑작스런 대량출혈(위-장관 출혈, 자궁출혈, 자궁외임신 등)도 빈혈의 중요한 원인이다.



▶철결핍빈혈, 치료와 함께 '출혈 원인' 찾아야=철 결핍은 완전한 채식주의나 무리한 다이어트, 또는 질병으로 장기간 음식을 제대로 섭취하지 못한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 철분이 많이 포함된 혈액을 소량씩 오랜 기간 잃어버리는 만성 출혈이 원인이다. 따라서 철결핍빈혈을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기간 동안 철분제제를 꾸준히 복용하는 것과 함께 반복적인 출혈을 일으키는 원인을 찾아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성 출혈의 원인은 환자의 연령과 성별에 따라 다르다. 예를 들어 젊은 성인 여성에서는 생리 과다와 같은 자궁출혈이 가장 흔한 원인이다. 또한 격렬한 운동을 하는 직업 운동선수나 성장기 소아·청소년, 임신 중반기 여성처럼 철분 요구량이 상대적으로 많은 경우에도 철 결핍이 쉽게 발생한다. 이들을 제외하고는 성인 남녀 모두 연령이 높아질수록 식도와 위, 십이지장, 대장, 드물게는 소장 등에서 출혈이 생기는 경우가 비교적 흔하다. 따라서 위장관 정밀내시경검사가 필요하며, 이 과정에서 수술로 제거해야만 하는 종양(암)이 발견되기도 한다. 특히 심장판막질환이나 뇌경색증 등으로 항응고제를 장기간 복용하는 환자들은 만성적인 장출혈로 인한 철 결핍이 잘 발생한다.

아주 적은 양의 장 출혈은 대변 색의 변화를 보이지 않지만, 출혈량이 많아지면 대변 색이 숯가루처럼 까맣게 변한다. 반대로 붉은색 혈변은 항문 주변이나 직장, S자 결장 등 대장의 아래쪽 출혈을 시사한다. 따라서 평소 자신의 대변 색을 확인하는 습관이 이들에게는 많은 도움이 된다. 흔하지는 않지만 헌혈을 자주 하거나 부황, 사혈 등을 반복적으로 받은 사람에서도 철결핍빈혈이 발견된다. 철 결핍이 심해지면 빈혈 증상과 함께 손톱이 잘 부러지거나 휘어지고, 입 가장자리가 자주 헐며, 혀 표면이 매끈하게 위축돼 매운 음식을 먹을 때 통증을 느끼기도 한다.

일반혈액검사에서 철결핍빈혈이 의심되면 핏속의 철분 농도와 총철결합능, 몸속의 저장량을 나타내는 훼리틴 농도를 측정해서 철 결핍이 확실한지와 부족한 정도를 파악한다. 철결핍빈혈로 확진되면 치료 용량의 철분제제(성인은 1일 2회)를 복용하면 관련 증상이 빠르게 좋아지고, 혈색소 농도가 1주일에 약 1g/㎗ 씩 증가한다. 대부분 1개월이 되면 빈혈이 정상으로 교정되지만 몸속의 저장분까지 충분히 채우기 위해서는 추가로 4~6개월을 더 복용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쉽게 재발하지 않는다.

시중에는 다양한 종류의 경구용 철분제제들이 판매되고 있지만, 약효는 서로 큰 차이가 없다. 출혈의 원인이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은 경우에는 철분제제를 중단하고 평균 3개월 간격으로 혈액검사를 시행해서 혈청의 철 농도와 저장철 수치가 감소하는지, 빈혈이 다시 재발하는지를 추적 관찰해야 한다. 만일 재발하는 경우에는 철분약을 유지목적으로 계속 복용하게 된다. 최근 부작용 때문에 경구로 철분제제를 섭취하지 못하거나 장에서 흡수가 되지 않는 환자 또는 심한 철결핍성 빈혈로 반복해서 수혈을 받아야 하는 환자들에게 정맥주사용 철분제제들이 개발되어 좋은 치료 성과를 얻고 있다. 그러나 아주 드물기는 하지만 주사를 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심각한 급성 부작용 때문에 이런 상황을 즉각 대처할 수 있는 의료기관에서 투약을 받도록 권고하고 있다.

한치화 교수 제주대병원 혈액종양내과

많은 사람들이 철분 약 대신 철분이 많이 함유된 음식을 먹으려고 하지만, 특정 식품(선지국, 간)을 제외한 대부분의 식품에 포함된 철분 함량은 생각보다 빈혈을 개선시키기에 충분하지 않다. 오히려 음식을 과도하게 섭취할 경우 체중 증가나 고지혈증이 생길 수 있어서 주의해야 한다. 따라서 철분약을 의사의 지시에 따라 복용하는 것이 간편하고 효과적이다.

사람들은 빈혈이라는 말을 들으면 원인을 확인하지 않은 채 철분제부터 복용하려는 경우가 많다. 물론 철분 부족이 빈혈의 가장 흔한 원인이라고 할지라도 철 결핍이 아닌 다른 형태의 빈혈에서는 오히려 철 과다축척이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서 주의해야 한다.



▶수혈로 빈혈 극복?… 신중한 접근 필요=과거에 빈혈로 기운이 없으면 수혈을 통해 회복해야 한다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요즘에는 혈액을 통한 감염의 위험과 기타 피할 수 없는 수혈 부작용들 때문에 생명을 위협하는 긴급 상황이나 다른 치료에 빈혈이 좋아지지 않는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수혈을 한다. 빈혈 증상이 있으면 병원에서 혈액검사를 통해 실제 빈혈 여부를 확인하고, 원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빈혈은 발병 원인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달라지는 만큼, 정확한 진단을 바탕으로 적절한 치료를 시행해야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다. <한치화 교수 제주대병원 혈액종양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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