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헤르만 헤세 '너무 진지하게 여기진 말아요'

[이 책] 헤르만 헤세 '너무 진지하게 여기진 말아요'
"웃을 줄 알아야 비로소 자유로워진다"
미발표 시와 산문·일화 담아
진지한 문학가가 품은 유머
단단하고 성숙한 삶의 태도
  • 입력 : 2026. 06.26(금) 01: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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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모든 낭떠러지를 내려다봐야 한다./ 겁쟁이만이 그 앞을 그냥 지나친다./ 하지만 웃을 줄도 알아야 한다./ 웃을 줄 알아야 비로소 자유로워지기 때문이다." 헤르만 헤세(1877~1962)의 '사진첩'(1920)이란 시 중 일부다.

'헤르만 헤세, 내면으로 가는 길' 시리즈 첫 번째로 묶인 이 책에선 인용시를 포함해 '고독의 작가'로 알려진 헤세의 새로운 모습을 소개한다. 진지한 문학가의 얼굴 뒤에 감춰져 있던 헤세의 풍자와 재치가 담긴 글, 어쩌다 한 번씩 쓴 농담 시, 헤세가 고쳐 쓴 이탈리아 고어로 작성되었던 마테오 반델로의 재미난 이야기, 헤르만 헤세가 직접 기록한 일화들, 헤르만 헤세를 곁에서 지켜본 이들이 전하는 일화들로 나눠 미발표작을 중심으로 한 인간으로서의 헤세를 불러냈다.

이 중에서 '남쪽 휴양도시'(1925)라는 산문은 지금도 유효하게 읽힌다. 헤세는 "야생이 없고 위험이 없고 위생적이고 자연스러움이 제거된 자연"이 만들어진 관광지를 꼬집는다. 똑같은 바다, 똑같은 부두, 똑같이 그림처럼 아름답고 고풍스러운 구시가지, 똑같이 좋은 호텔. "여느 도시들처럼 길고 높게 뻗어 있지만, 깊지는 않다."

헤세에 관한 일화에선 솔직한 모습으로 자기 자신을 내려놓는 장면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이름표의 무게'라는 글에 등장한다. 한 고등학교 교사가 헤세의 생일을 기념해 모든 학생의 서명이 담긴 거라며 그에게 축하 편지를 보냈다. 이 일을 지인에게 아주 즐겁게 얘기하던 헤세는 반전을 덧붙인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 학생으로부터 편지가 왔는데, 그 안엔 그저 전체 생각에 따르기 위해 서명했을 뿐 개인적인 의견과는 전혀 일치하지 않음을 알리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책 앞부분 '들어가며'에선 "헤세에게 유머는 단순한 웃음이 아니다. 그것은 삶의 무게에 짓눌리면서도 삶의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가장 단단하고 성숙한 태도"라고 짚었다. 헤세는 우리에게 이런 말을 하는 것 같다. "스스로를 너무 심각하게 여기지 않을 때 비로소 삶을 온전히 볼 수 있다." 배명자 옮김. 피카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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