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 제주4·3 이야기 소설·그림책으로 담다

[책세상] 제주4·3 이야기 소설·그림책으로 담다
  • 입력 : 2025. 03.28(금) 02:00
  • 박소정 기자 cosorong@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한라일보] 제주4·3의 이야기를 담은 책들이 나오고 있다. 소설로, 그림책으로 잊지 않고 기억해야 할 4·3의 의미를 전한다.



l 김도식의 '바람의 소리가 들려'

제주4·3을 배경으로 세 친구의 우정과 사랑을 그린 청소년 소설이다.

수혁, 준규, 옥희는 어린 시절부터 제주에서 함께 자란 친구다. 해방 이후 제주는 이념의 대립으로 극심한 몸살을 앓게 된다. 급기야 1948년 4월 3일 새벽 오름마다 봉화가 피어오르면서 무장대와 토벌대의 무력 충돌이 빚어진다.

국가에 봉사하고 싶다며 군인이 된 수혁은 토벌대에 투입된다. 무장대로 몰린 준규는 토벌대를 피해 산속으로 들어간다. 수혁은 준규의 손에 자신의 부모가 죽었다고 생각하고 찾아 나선다. 어린 시절 산속으로 모험을 떠나 바람의 소리를 듣게 된 후 발견했던 숨겨진 동굴을 떠올린 수혁은 그곳으로 향했고 마주한 친구 준규를 향해 총을 들이민다.

이 소설은 제주 스토리공모전 수상작으로, 김도식 작가가 4·3을 청소년의 시각으로 풀어낸 장편소설이다. 저자는 "비참했던 실상을 고발하거나 인간의 내면과 실존의 문제에 초점을 맞춘 기존의 4·3 문학과는 달리 빛바랜 흑백사진 속의 청춘, 시대의 수레바퀴에 짓밟힌 그들의 눈부신 젊음에 대해 알리고 싶었다"고 전한다.

저자는 대학·대학원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한 뒤 2019년 MBC 창작동화대상과 밀크티 창작동화 공모전 대상을 동시에 수상하며 동화작가로 등단했다. 사단법인 한국아동문학인협회 수석간사를 역임했다. 마이디어북스. 1만6800원.



l 안오일의 '기억 공장'

"난 감옥이 아니에요. 나는 주정을 만들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는 공장이에요."

주정공장이 있다. 제주의 까만 흙에서 캔 고구마, 달콤한 설탕과 강냉이로 주정을 만든다. 해녀들이 주정공장에 잘 말린 고구마를 팔러 간다. 고구마를 들고 가는 길에 상군 해녀가 '이어도 사나'를 부르자, 다른 해녀들과 함께 어린 해녀 찬희도 따라 부른다.

바다에서 노를 저을 때나 헤엄을 칠 때 서로 주고받으며 부르던 해녀들의 노래가 어느 순간 끊기고 만다. 그 뒤로 아무도 주정공장을 찾지 않는다.

한동안 닫혀 있던 공장이 다시 열렸을 때 주정공장이 본 사람들의 모습은 이전과 달랐다. 사람들은 군인들에게 끌려왔고 마음대로 공장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 "이어도 사나 이어도 사나…" 모두가 절망하고 있던 그때 공장 안에서 찬희가 다시 노래를 부른다. 모두의 안부를 빌며 부르는 노래가 수용소에 울려 퍼진다.

제주4·3의 기억을 담고 있는 4·3역사관인 주정공장수용소를 소재로 한 안오일 작가의 그림책이다. 사람들의 희망을 담던 주정공장이 한순간에 절망이 가득한 공간이 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박소정기자



■기사제보
▷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유튜브 구독 바로가기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8032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