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많은 사람들이 혁신은 훌륭한 아이디어에서 시작된다고 믿는다. 물론 아이디어는 혁신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아이디어만으로는 그 가능성과 효과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아이디어가 사람들의 머릿속과 입을 통해 쏟아지고 있다. 그중 어떤 것이 좋은지 나쁜지를 가리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실행이다. 직접 실험해 보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실험에는 필연적으로 실수가 따른다. 최근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혁신적인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공공 영역에서는 실패의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보이면 실험 자체를 회피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여전히 과거의 사업 관리 및 평가 방식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경영에서 사업 관리는 수행하는 업무의 성격에 따라 접근 방식이 달라진다. 반복적인 일상 업무에는 확정적인 일정 관리가 가능한 CPM(Critical Path Method)을 주로 활용한다. 반면, 불확실성이 높은 신규 프로젝트에는 소요 시간을 확률분포로 가정하여 완성 시점을 예측하는 PERT(Program Evaluation and Review Technique) 기법이 적합하다. 이 방법은 수많은 실험과 실수를 통해 성공 확률을 높이는 접근이다. 최근에는 PERT와 CPM을 함께 적용해 유연하면서도 체계적인 사업 관리를 도입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혁신은 아이디어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실험과 도전을 거쳐야 비로소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실수는 불가피하다. 물론 모든 실수를 무조건 용인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실수에도 '좋은 실수'와 '나쁜 실수'가 있다. 진지한 시도와 성실한 노력에서 비롯된 실수는 '좋은 실수'로, 구체적인 계획 없이 성의 없는 태도에서 비롯된 실수는 '나쁜 실수'로 볼 수 있다. 가장 피해야 할 것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이다. 실수의 진정한 가치는 실수를 통해 실패 가능성을 낮추고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데 있다.
기업 현장에서는 동일한 실수가 반복되지 않도록 실험 과정에서의 실패를 적극 공유하고 학습하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공공 부문에서는 이러한 공유가 활발히 이루어지지 않아 동일한 실수가 반복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좋은 실수는 더 이상 숨겨야 할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를 공개하고 서로 학습함으로써 혁신의 자산으로 삼아야 한다. 아이디어가 실험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실수의 결과를 함께 공유하는 문화를 조성할 때 더 큰 혁신이 탄생할 수 있다. 실패하고, 배우고, 다시 도전하는 과정 속에서 진정한 변화가 일어난다. 결국 좋은 아이디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실수를 감내할 수 있는 실행력이다.
마지막으로 한 유명 브랜드의 문구를 인용하면서 글을 맺고자 한다.
"그냥 해버려라(Just Do It)." <손성민 제주테크노파크 산업기획팀장·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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