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얼마 전 방영된 한 TV프로그램에서 신종 전세사기 수법으로 신탁부동산을 취재해 보도하면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전세사기가 처음 문제시된 이후 수만명의 피해자, 수조원의 재산상 피해가 발생하고 국회에서도 특별법이 제정됐지만 여전히 피해 사례들이 세상에 알려지고 있다.
사실 제3자에게 부동산을 신탁해 관리하는 방식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신탁은 부동산소유자 입장에서는 전문가에게 관리를 맡긴다는 측면에서 상당히 유용한 방식이지만, 전세사기 등 범죄에 악용되고 있어 관련 분야를 연구하는 학자의 한 사람으로서 참담할 따름이다.
문제는 신탁부동산의 경우, 신탁기간 중 재산을 이전받은 신탁사의 동의 없이 임대차 계약이 체결될 경우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없다는 점을 고지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어 피해자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일이 생긴다는 것이다.
부동산을 신탁한 일부 위탁자들은 임차인들이 신탁부동산에 대해 자세히 모르는 것을 악용해 전월세 보증금을 챙긴 뒤 잠적하는 이른바 '먹튀' 사기가 벌어진다. 뿐만 아니라 신탁사의 동의 없이 계약했으니, 계약 자체가 무효가 돼 세입자들은 하루아침에 쫓겨나게 된다.
해당 부동산의 신탁여부는 등기부등본을 통해 알아볼 수 있다. 등기부등본에는 표제부, 갑구, 을구가 표기돼 있는데, 이 중 '갑구'를 보면 '신탁' 여부를 바로 확인할 수 있다. 만약 임대인이 신탁사와 신탁계약을 맺었다는 것이 '갑구'에 적혀 있다면, 신탁기간 동안의 진짜 소유권은 임대인에게 없다. 보통은 임대인이 곧 집의 소유주인지 확인한 뒤 계약서에 서명을 하는데, 만약 신탁등기가 돼있다면 이렇게 계약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또한 신탁등기가 돼있다면 '신탁원부'라는 서류를 추가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신탁원부는 위탁자와 수탁자 그리고 수익자와 신탁관리인의 성명 및 주소, 신탁의 목적, 신탁재산의 관리방법, 신탁 종료의 사유 등을 포함한 서류다. 따라서 신탁원부를 확인하면 누구에게 이 부동산을 임대해 줄 권한이 있는지, 해당 부동산을 담보로 받은 대출이 있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예전에는 신탁원부가 인터넷으로는 발급받을 수 없기 때문에 등기소에서 직접 발급받아야만 했지만, 관련법이 개정돼 올 1월부터는 인터넷으로도 열람이 가능하다. 또한 제도의 개선을 통해 등기부에 계약 전 신탁원부를 확인해야 한다는 점을 명시하면 임차인의 피해를 상당 부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리고 신탁원부를 통해 권리관계를 파악하는 일이 개인에게는 다소 생소하고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해당 부동산에 반드시 계약을 해야 한다면 전문가에게 도움 받기를 추천한다. <이호진 제주대학교 부동산관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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