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기행]김장의 추억
손맛으로 담근 김장김치 생각만 해도 군침도네!
  • 입력 : 2009. 12.12(토) 00:00
  • 문미숙 기자 msmoon@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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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네 밥상에서 겨울반찬의 대명사로 통하는 김장의 계절이다. 어려운 이웃에 고루 나누려는 사회단체의 김장담그기도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사진=강희만기자

긴 겨울동안 밥상에 오를 김장담그는 날은 잔칫날

정성으로 담가 어려운 이웃에 나누는 손길도 분주



식단의 서구화에다 먹을 것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김치를 직접 담가먹는 가정이 줄어들면서 김치소비도 예전보다 많이 감소하고, 젊은 주부들 중엔 김치를 못담그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하지만 중년 주부들의 기억속 앨범엔 김장담그던 날의 왁자지껄함이 엊그제 일인양 생생하게 남아있다.

찬 기운이 절로 옷깃을 여미게 하는 계절, 어머니들은 겨우내 식구들이 먹을 김장김치를 담그고 나서야 비로소 겨우살이 채비를 끝냈다며 편안하게 발뻗고 자게 됐다고 했다. 먹을거리가 풍족하지 않았던 시절, 김장은 긴긴 겨울동안 없어서는 안될 겨울반찬의 대명사나 다름없었다.

김장하기 며칠 전부터 어머니는 배춧속을 채울 고추, 마늘, 생강, 젓갈 등 양념을 준비했다. 또 김장 하루 전날부터 맛있는 배추를 수 십 포기 골라 4쪽을 내 소금물에 절이고, 잘 절여진 배추를 물에 깨끗이 씻어 소쿠리에 건지느라 분주하기만 했지만 김장하는 날은 아이들에겐 1년에 한 번 맞는 잔칫날이었다. 어머니 곁에 찰싹 달라붙어 잘 절여진 노란 배춧속잎에 빨간 양념을 쓱쓱 버무려 한 입 가득 받아먹는 맛과 재미가 그만이었기 때문이다. "아! 맵다"고 눈물을 쏙 빼면서도 "한 번만 더"를 외치곤 했다.

어디 그 뿐인가. 김이 모락모락 나는 하얀 쌀밥 위엔 손으로 길다랗게 찢은 김치를 올려먹고, 삶은 돼지고기를 절인 배춧잎과 배추 속에 한 점 올려놓고 한 잎 가득 싸먹으면 진수성찬이 부럽지 않았다

해마다 이맘때면 도내 여러 단체에서 정성껏 김장김치를 담가 어려운 이웃들에게 골고루 나누는 것도 어려웠던 시절 주된 겨울양식이었던 김장김치를 담가 서로 맛보라며 이웃에 나누던 풍경에서 시작된 게 아닐까 싶다.

올해도 어김없이 김장김치를 담그고 있다는 소식들이 들린다. 다행히 올해는 김장의 주재료인 배추와 무의 작황이 좋아 김장비용이 줄어들며 알뜰한 김장을 할 수 있다니 한 번 소매를 걷어붙여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배추가 풍년이지만 값이 떨어지며 시름이 깊어진 농민들도 도울 수 있음은 물론이다.

우리네 식탁에 매일처럼 오르는 대표적 전통음식인 김치가 이젠 우리만의 반찬이 아닌 지구촌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세계인의 입이 김치에 주목하는 이유는 김치의 주재료인 배추, 무, 파, 마늘, 고추 등에 항산화 비타민인A·C와 무기질이 풍부해 면역력을 높이는 효과가 알려지면서부터다. '한류' 바람을 타고 일본에서 인기있는 식품으로 떠오른지도 오래다.

시대가 바뀌며 김장에도 변화가 생겨나고 있다. 맞벌이 부부가 늘면서 배추를 소금에 절이는 번거로움을 덜 수 있는 절임배추를 파는 곳들이 여러곳이다. 양념만 준비해 버무리면 되니 김장담그기가 한결 수월하다. 어디 이 뿐인가. 사시사철 슈퍼에 가면 김치가 있고, 전화 한통이면 현관까지 김치가 배달되는 세상이다. 하지만 분주함 속에 가족끼리, 이웃사촌끼리 빙 둘러앉아 정겨운 수다와 함께 정성과 손맛으로 버무리던 추억의 그 김장맛에 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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